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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종교의 절대자는 동일한 존재… 포용의 종교 ‘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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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종교의 절대자는 동일한 존재… 포용의 종교 ‘힌두’

입력
2017.01.3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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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다 경전의 가르침

모든 존재엔 신이 있다고 믿어

다양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것들을 동일한 하나로 인식

神,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절대자의 신성 공통적으로 가져

다른 종교 절대자까지도 인정

‘모든 종교는 하나’ 사상으로 계승

만물은 결국 하나일 뿐

다양성 인식을 ‘정의’로 구체화

끝없는 윤회 벗어나기 위해서는

포용의 정신 실천이 중요

“하나지만 현인들은 여러 가지라고 말한다”(리그베다), “우주는 한 둥지다”(아타르바베다).

리그베다와 아타르바베다는 힌두교 최고 경전인 베다(Veda)의 일부로, 특히 리그베다의 경우 힌두교의 가장 오래된 성전(聖典)이다. 인도 힌두교도들의 칭송을 받는 리그베다에는 이렇게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등장한다. 언뜻 모순돼 보이나 ‘하나지만 여러가지’라는 말은 현대 인도인들의 마음 깊숙이 박혀 있는 세계관을 이해하게 해주는 핵심 사상이며 이를 통해 힌두교가 상상 이상으로 포용적인 종교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모든 종교는 사실 하나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 자리 잡은 인문학 분야 인도 최고의 대학인 성 스테판 칼리지(St.Stephan College)는 인도 힌두교의 기본 사상을 뚜렷이 보여주는 공간이다. 가톨릭 소속인 성 스테판 칼리지를 방문하면 본관 위에는 십자가가 걸려 있는 데다, 바로 맞은편에 있는 힌두교 소속의 힌두칼리지(Hindu College)보다 대학 등급도 높다. 인도가 외부 세계에서는 힌두교 국가로 인식되는 점을 고려하면 왠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모습이나, 인도 힌두문화의 사상을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바로 힌두문화가 본질적으로 단일성을 바탕으로 종교의 상대성을 인정하는 문화라는 점이다.

힌두교가 최종 목표로 삼는 ‘해탈’에 대한 사상에도 이러한 속성은 잘 드러나 있다. 영원한 정신의 자유를 뜻하는 해탈은 모든 존재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동시에 그 모든 것이 동일한 하나라는 것을 인식해야만 얻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인도 힌두교도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성경 중 하나인 바가바드기타에는 “어떤 신이든지 진실 되게 헌신하며 받드는 것은 모두가 바로 최고의 절대자인 크리슈나를 섬기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다시 말해 현재 인도에서 신봉되는 힌두교뿐 아니라 이슬람교, 시크교, 지나교, 기독교 등 모든 종교의 절대자는 궁극적으로 동일한 존재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힌두사상의 본질은 서로 다른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그 모든 것을 동일한 하나로 여기는 것이다.

모든 것에 절대자가 들어있으니 하나와 같다

인도 힌두교에서 이러한 사상이 가능한 이유는 모든 존재 안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는 힌두교 경전 곳곳에 언급되며 중요한 진리로 여겨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힌두 최고 경전인 베다는 리그베다와 아타르바베다 외에도 ‘싸마베다’‘야주르베다’ 등 4권을 총칭하며, 여기에 해설서 ‘브라흐마나’‘아란야카’‘우파니샤드’를 더해 넓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베다 중에서도 우파니샤드 등 일부를 ‘지혜의 편’으로 분류하는데 힌두교가 말하는 지혜에는 필수적으로 신에 대한 이해가 포함된다. 지혜는 천국에 도달하기 위해 하는 제사 행위와 구분되며, 행위를 벗어나서 제사와 관련된 형이상학적인 요소와 존재의 ‘궁극적 실재’를 파악해 일체가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것을 지칭한다.

지혜를 얻기 위해선 신과 관련한 진리를 이해해야 한다. 리그베다에는 궁극적 실재와 관련해 “인드라, 미트라, 와루나, 아그니, 저 하늘에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가루트만이라고 말하노라, 하나지만 현자들은 여러 가지로 말하니, 아그니, 야마, 마타리스와 라고 말하노라”고 적혀 있다. 문구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힌두교의 주요 신이다. 인드라는 신들의 왕으로 우리의 단군신화에 나오는 석제환인(釋帝桓因)이기도 하며 미트라는 가뭄에 비를 내려주는 태양신, 와루나는 창공과 바다의 신이자 법을 관장하는 신이다. 아그니는 불의 신, 가루트만은 새로 형상화된 태양, 야마는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신으로 불교의 염라대왕과 같다. 마지막으로 마타리스와는 바람의 신이다.

결국 여러 신들이 하나라는 믿음은 다양성 속에서 단일성을 찾는다는 뜻이다. 즉 모든 존재는 서로 달라 보이지만 그 안에 공통적으로 절대자의 신성이 내재돼 있어 하나로 여겨야 한다는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이야말로 힌두사상의 본질을 이루고 있으며 ‘모든 종교를 하나로 여긴다’는 사상으로 이어진다.

널리 알려진 마하트마 간디도 생전 이를 강조했다. 간디는 1937년 1월 남부 인도의 해안도시 퀼론에서 연설을 펼치며 “모든 경전이 갑자기 재가 된다 하더라도, 이샤우파니샤드의 첫 번째 구절만 힌두들의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면 힌두사상은 영원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샤우파니샤드의 첫 번째 구절은 “땅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은 절대자가 깃든 것이다, 그러니 마땅히 버림으로써 즐거움을 누리고 그 누구의 재산도 탐하지 마라”라는 문구다.

정의, 우주에 대한 이해로

베다 외에도 인도 문화와 힌두 문화의 근원을 이루는 주요 문헌들은 이러한 사상을 공유하고 있다. 베다와 우파니샤드뿐 아니라 고대 인도의 대서사시로 오늘날 인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신화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라마야나’, ‘마하바라타’에도 모든 존재에 절대성이 깃들어 있다는 인식이 널리 깔려 있다. 앞서 말한 바가바드기타도 마하바라타의 일부다.

힌두 문헌들은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정의로 구체화하며 일상 생활에서 포용의 정신을 실천할 것을 권한다. 문헌에 따르면 지혜는 우주와 이 세상 속에서 서로 다르게 보이는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하나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인데, 정의는 지혜를 바탕으로 다양성을 인정한 채 각자 자신의 가정과 사회에 대한 의무에 충실 하는 것이다. 경전 중 하나인 까타우파니샤드는 더 나아가 우주에 대해 “이것은 마음으로 얻는 것이며, 이것엔 그 어떤 다른 것이 없으니, 이곳에서 다른 것인 양 보는 사람은 죽음에서 죽음으로 간다”고 말한다. 죽음에서 죽음으로 간다는 것은 끝없는 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으로 그만큼 만물이 하나라는 사상은 힌두교의 중심에 있다.

임근동 한국외대 인도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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