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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의 유행어사전] You’re fired!

입력
2017.01.3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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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로 “넌 해고야!”로 번역되는 이 말은 트럼프가 미 대통령이 되기 전에 진행하던 취업 면접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견습생)”의 마지막 장면에서 매번 쓰던 말이다. 서바이벌 쇼인 이 프로그램에서 패배한 팀은 트럼프의 회의실로 불려가 패배의 원인에 대해 토론한다. 패배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된 참가자에게 트럼프는 손가락질을 하면서 이 말을 내뱉었던 것이다.

이 말은 최근 트럼프의 ‘반이민ㆍ반난민’ 행정명령에 대한 항의 시위에 등장했다. 대통령 트럼프에 대해서 미국 시민들 상당수는 “넌 해고야!”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시위는 트럼프의 여성 혐오 발언에 대해서 트럼프 취임식 다음날에 분홍빛 고양이 털모자(pussy hat)를 쓴 수십만 명의 미국 여성들이 항의 행진을 벌인 지 겨우 일주일 정도 지나서 다시금 벌어진 시위였다.

영어 fire가 해고의 의미를 갖게 된 것은 19세기 후반 무렵이었는데, 그렇게 된 까닭은 해고하다란 뜻을 가진, 오래 전부터 쓰이던 더 딱딱한 말 discharge가 총이나 로켓을 발사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었기 때문일 거라고 추정된다. 해고하다란 뜻으로 쓰이기 전부터 fire는 사람을 어떤 장소에서 몰아낸다는 뜻으로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었다. 예컨대, 셰익스피어의 144번 소네트의 마지막 행은 이러하다: “나의 나쁜 천사가 나의 좋은 천사를 몰아낼 때까지(Till my bad angel fire my good one out).”

대통령을 해고한다는 것은 법률적으로는,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듯이, 대통령을 탄핵한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탄핵은 법적으로 근거가 있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미국 연방대법원은 수정헌법 14조에 의거하여 시민의 자유가 연방정부나 주에 의해 침해되지 않도록 보장하고 보호해 왔다.

지금 트럼프는 전혀 근거 없이 단지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해서 무슬림들의 이민이나 무슬림 난민의 입국을 행정 명령을 통해 막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적 자유를 침탈함으로써 헌법적 질서를 해치고 있는 중이다. 물론, 미국 상ㆍ하원은 공화당이 다수이기 때문에 트럼프의 탄핵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한편, 뉴욕의 연방 지방법원 판사는 미국 땅에서 이민자를 억류하는 것이 법에 따라 평등한 보호를 받는다는 헌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박근혜에 대한 헌재 판결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는 상황에 놓인 우리로서는 ‘내 코가 석자’인 만큼 미국의 헌정 질서가 유린되는 것까지 염려할 여유는 지금 없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번 행정 명령이 결국에 가서는 소위 테러와의 전쟁의 복제판으로 연결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9.11 사건 이후 미국은 그릇된 정보, 조작된 정보를 내세워서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다. 이라크 전쟁은 테러리즘을 억제하고 평화를 증진시키기보다는 이라크 국가 체제를 붕괴시키고 많은 사람들을 죽거나 다치게 하고 과부와 고아를 수없이 만들어냈다. 미국의 잔학한 행위는 중동에서 사회 혼란과 정치 불안만을 초래했을 뿐이다. 또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핑계로 해서 관타나모에서 불법적 감옥을 운영하면서 야만적 고문을 숱하게 저질렀다.

테러가 비난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무고한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희생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은 전쟁을 통해서 무고한 사람들을 수없이 희생시켜 왔다. 일부 극단주의적 무슬림의 테러에 의해 희생된 무고한 미국 백인들 숫자보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의해서 희생된 무고한 무슬림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 민간인 무슬림에 대한 무차별적 살인은 다음과 같은 명령 아래 이루어졌다: “먼저 쏴라, 질문은 나중에 한다.”

일본의 아베 정권은 안중근 의사를 기본적으로 테러범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 아베의 정치적 ‘베프’가 바로 트럼프다. 트럼프는 아베와 통화하면서 다른 사람 칭찬에 인색한 자기 딸이 아베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아베를 한껏 치켜 올려주었다. ‘막가파’ 트럼프에 대해서 우리도 역시 “You’re fired!”라고 외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재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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