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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칼럼] 미국∙중국 경제만 바라볼 때인가

입력
2017.01.3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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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여건은 한국경제 먹구름 못 걷어

재정ㆍ통화 양면의 적극적 행동 필요

구조 조정으로 장기 생산성 향상 기해야

한국경제는 장ㆍ단기 도전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인구구조(demographics), 부채(debt),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등 ‘3D’ 문제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장 경제활력이 미약하다. 지난해 4분기 지표들은 한국경제가 앓고 있는 증상을 여실히 보여 준다. 정치 불안으로 소비자심리부터 잔뜩 얼어붙었다. 글로벌 교역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수출 회복세도 부진하다. 불황 우려로 기업들은 설비와 제품생산을 줄이는 모양새다. 성장의 견인차였던 건설경기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워 보인다. 먹구름이 한국경제를 잔뜩 짓누르고 있는 상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유럽 중앙은행, 그리고 중국 등의 경기부양책이 2017년 한국경제를 어려움으로부터 건져 낼 수 있을까? 먼저 올해 미국과 유로존, 일본과 중국 등의 경제 전망을 살펴보자.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책 대로라면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경기는 뚜렷이 호전될 것이다. 다수 전문가들은 새 행정부가 감세정책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나서고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하면 미국 성장률이 두 배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보호무역 정책과 강경한 이민법의 시행, 불확실성의 증가로 인한 부작용은 예상된다. 하지만 트럼프노믹스는 전반적으로 미국 경제에 매우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다.

문제는 미국의 경제 활력이 한국 경제를 돕긴 어렵다는 데 있다. 한국 경제가 트럼프의 경기부양책으로 얻게 되는 긍정적 상황은 거꾸로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과 고금리로 인해 상쇄될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 무역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은 수출 의존적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한미 FTA 재협상은 한국의 대미 수출을 줄이는 쪽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인프라 투자가 확대된다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제품 사고, 미국인 고용하자’는 정책에 따라 인력과 제품은 주로 미국 내에서 공급될 것이고, 그 결과 역시 한국에는 타격이 될 것이다.

중국 경제 역시 구세주가 되기 어렵다. 중국 경제는 최근 수년 간 뚜렷한 성장 둔화를 보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급격한 추가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중국 정부는 대대적 금융완화책을 통해 막대한 유동성을 풀어 왔고, 저금리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그렇게 풀린 돈은 대부분 부동산과 국영기업 투자로 흘러들어갔다. 이런 식의 투자는 생산성을 향상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막대한 부채 부담 때문에 기업의 활력을 오히려 저해한다. 중국은 주요국 가운데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가 됐다. 빚에 의존한 중국의 과다한 부동산 투자와 국영기업에 대한 과잉투자는 한국의 대중 수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유로존과 일본도 한국에 도움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유럽은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브렉시트’ 역풍을 맞고 있다. 유럽은 2017년에 기껏해야 1%를 간신히 넘기는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일본의 경제전망은 더욱 어둡다. 아베노믹스에 따른 낙관론은 사라졌다. 일본은행의 막대한 ‘돈 풀기’는 더 이상 경기를 부양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사면초가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대응 방향은 두 가지다. 첫째, 재정과 통화정책 양면으로 적극적 행동이 요구된다. 다행히 한국의 재정∙부채 상황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건전한 편이다. 과감하게 적자를 감수하는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더 이상 관망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금리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 가계부채 부담 완화와 투자 촉진을 위해서라도 실질금리는 더욱 낮아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양적 완화까지도 고려해야 할 때다.

장기적으론 한국 경제의 생산성을 높일 구조조정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자원의 올바른 배분을 위한 재벌과 교육개혁이 절실하다. 정치 불확실성이 조만간 해소되면, 직면한 장∙단기 도전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한국의 경제정책이 서둘러 제자리를 잡아가길 바란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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