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배넌 대통령’ 제목 사설서
“반트럼프 진영 시선 분산이 목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여 일간 보인 돌발적인 정치행보의 배후로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언론은 비슷하게 국가주의 성향을 띤 두 측근이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 모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배넌 대통령’이라는 사설을 게재, 사실상 배넌을 트럼프 정권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NYT는 연일 폭풍처럼 몰아친 트럼프의 행정명령 릴레이가 배넌과 스티븐 밀러 정책고문의 합작품이며, 언론과 시민사회로 구성된 반(反)트럼프 진영의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언론이 배넌에 경계심을 보이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28일 행정명령을 통해 배넌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당연직 위원으로 들어설 수 있도록 조정했기 때문이다. 극우언론 브레이트바트를 이끌다 트럼프 대선 캠프에 들어와 ‘책사’역할을 했던 인물이 백악관에 입성한 것도 모자라 미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주요인사로 격상된 것이다. 배넌은 30여년 전 해군에 잠시 복무했던 것이 군 경력의 전부라 NSC 참석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배넌이 책사에 가깝다면 다른 한 축인 세션스 내정자는 앨라배마주 법무장관을 거쳐 상원에 진출한 정통파 정치권 인사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따르면 세션스는 배넌과 비슷한 국가주의ㆍ백인우월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강경한 반이민정책에는 세션스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세션스는 주요 측근을 트럼프 행정부 요소에 두루 심고 있다. 피터 나바로 국가무역위원장 내정자와 클리프 심스 백악관 메시지전략담당관은 그와 친밀한 관계고, 배넌의 정책 파트너로 알려진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고문은 세션스의 상원의원 보좌관이었다. 세션스는 트럼프 취임 이후 백악관 내부 인사와 대화하지 않았다며 영향력을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트럼프 사람들’의 정책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배넌은 WP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세션스를 트럼프 정권의 “정책ㆍ철학 담당”이며, 자신과 함께 트럼프 정부 내 “친미국 운동”의 핵심인사라고 극찬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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