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강행돼 생이별 사태도
“국제규범ㆍ난민협약 위배”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전 세계 난민을 ‘위태로운 상황(precarious circumstances)’에 몰아넣고 있다는 난민단체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이날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대표는 “이번 주에만 난민 800명의 미국행이 좌초됐다”며 “지난 15년간 월별 난민 입국 통계를 근거로 추산할 때, 120일 동안 난민 2만 여명이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7일 발동한 반이민 행정명령에는 120일간 모든 난민 입국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시리아 난민의 입국은 무기한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의 재정착 프로그램에 등록된 난민들은 의료 지원이 시급한 환자들이나 위기에 처한 여성과 소녀, 어린이 등으로 대부분 취약 계층이다. 그란디 대표는 “전쟁과 고문, 박해, 테러로부터 간신히 탈출한 이들에게 정착국이 제공하는 보금자리는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캐럴린 마일스 세이브더칠드런 미국 사무총장도 “이미 모든 것을 잃은 난민 앞에 벽을 쌓지 않고서도 시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행정명령이 공지기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강행되면서 이미 입국 승인을 받은 난민들도 발이 묶였고, 일부는 먼저 미국에 들어간 가족과 생이별을 하게 됐다. 특히 태국-미얀마 국경지대에 수용된 미얀마 난민들의 불안이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 더보더컨소시엄(TBC)의 던컨 맥아서 이사는 “입국 프로그램 신규 등록이 중단된 2014년부터 이미 2년 넘게 보류된 채 수용소에 남아있는 미얀마의 재정착 신청자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고 우려했다.
시리아 난민 입국을 무기한 금지한 조치에 대해서는 국제 규범과 난민협약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미국이 이전부터 다른 국가들보다 시리아 난민 수용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시카고의 시리아 난민 지원단체 시리아커뮤니티네트워크는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입국을 기다리는 시리아 난민들에게 해가 될 뿐만 아니라, 이미 정착한 이들에게도 위협”이라며 “미국의 가치와 인도적 원칙에 대립하는 명령을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강유빈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