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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산업과 기술 발전 과정의 두 절벽

입력
2017.01.3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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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하순 공학한림원에서 연 조찬회의에 참석했을 때 공학도 한 분이 우리나라 산업기술의 발전 과정을 설명하기를 개발도상국이 넘어야 할 두 개의 절벽이 있다고 하였다. 필자도 평소 느끼고 있던 내용이기에 거기에 의미를 붙여 보았고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었다.

그 분은 첫 번째 절벽을 우리나라가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무난히 넘겼고, 그 시기는 대개 1985년 전후라고 했다. 지금 대부분의 다른 개발도상국이 가로막혀 우리나라와 같은 수준의 산업과 기술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바로 그 절벽이다. 기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1970-80년대에 걸쳐) 수많은 개발도상국이 산업과 기술 발전을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성과를 거둔 나라는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그 당시 함께 노력한 많은 개도국이 이제는 우리나라 산업과 기술발전 과정을 벤치마킹하러 줄을 서는 것도 주지하는 바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 결과론일지 모르지만 필자는 우리나라 산업발전 과정에서 민간 기업들에게 그 주도권을 쥐어 준 것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즉 산업과 기술 발전 과정에서의 주인의식(ownership) 문제가 핵심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다른 개발도상국은 산업발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선진 기술을 외국인투자를 통해 흡수하려는 방식을 취했다. 또한 중요한 산업일수록 공기업이 주도하게 하는 선택을 하였다. 그 결과 산업발전 초기에는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더 좋은 기술을 확보하여 일견 효율적 모습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기업은 초기의 성취에 안주하려는 경향을 보였고 대부분의 외국인투자 기업은 개도국이 제공한 유리한 조건의 실효성이 떨어지면 바로 다른 곳으로 떠나 버리게 되어 지속적 산업ㆍ기술 발전을 도모할 수 없었다. 필자가 우리나라 산업발전 과정을 벤치마킹하려는 많은 개발도상국들을 방문하면서 줄곧 느꼈던 문제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초기에 선진 기술을 베끼는 정도의 저급한 수준에서 시작했지만, 경쟁이 치열한 국제시장에 그 결과물을 팔아서 생존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기업은 어떤 형태로든 기술개발에 매진했고, 그것이 지속적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주영의 선박 수주, 이병철의 반도체 투자와 같은 신화가 만들어졌고 이런 사례야말로 기업가 정신이라 불릴 만했다.

그러나 첫 번째 절벽을 넘을 때 긍정적으로 작용한 주인의식은 이제 우리나라가 두 번째 절벽 앞에서 주춤거리게 만드는 장애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산업과 기술발전 선진국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다양한 관계를 맺는 상호작용(interaction) 방식을 통해 서로의 장점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산업과 기술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 반면에 우리 기업은 자신이 얻은 성취는 결코 남과 공유하지 않으려 하며 자신만의 닫힌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대표기업은 무슨 일에서든 협업을 하는 데 인색하다. 이들은 새로운 요소가 필요하면 그것을 자신의 세계 속으로 사들이려고만 할 뿐 외부세계에 문을 열고 함께 일하려는 자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서 외부세계란 국내외 다른 기업은 물론, 대학, 연구기관 나아가 정부 및 공공기관까지 포함한다. 이 모든 참여자가 스스로의 성취도 열어놓고 협업하는 방식이야말로 두 번째 절벽을 넘게 하는 열쇠가 아닐까?

첫 성공에 만족해 그 성취에 안주하거나 지키려고만 하다가는 더 이상의 발전을 이루지 못하는 게 자연의 이치일지도 모른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우리나라 산업과 기술 발전을 책임지고 있는 기업, 정부, 공공기관 모두 스스로의 문을 열고 모든 사람과 협업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우리 산업이 다시 한 번 도약의 길로 들어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김도훈 경희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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