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명사로도 쓰이고, 접미사로도 쓰이는 말이 있다. ‘간(間), 들’이 그런 말들이다. ‘접미사’란 명사나 동사 따위의 뒤에 붙어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요소를 가리키는데, ‘선생님’의 ‘-님’, ‘지우개’의 ‘-개’와 같은 것을 말한다.
‘간’이 ‘기간’과 관련되는 경우에는 접미사로 분류되므로 앞 말에 붙여 써야 한다. 이때는 시간을 나타내는 말과 함께 쓰인다. (한 달간 열심히 운동을 했더니 살이 쑥 빠졌다. / 지난 오 년간 겪은 고초를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반면에 ‘간’이 ‘사이’나 ‘관계’ 또는 ‘선택’의 뜻과 관련되는 경우에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서울과 부산 간 야간열차 / 서로 간에 최소한의 예의는 지킵시다. /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최선을 다해라.)
‘들’은 흔히 붙여 쓰기만 하는 걸로 아는 이들이 많은데, 한자어 ‘등(等)’과 같은 의미로 쓰일 때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책상 위에 놓인 공책, 신문, 지갑 들을 가방에 넣고 일어섰다. / 과일에는 사과, 배, 감 들이 있다.)
‘듯(이)’는 의존명사로도 쓰이고 어미로도 쓰이는 말이다. 짐작이나 추측의 뜻을 나타낼 때에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이때는 ‘~할 듯이, ~하는 듯이’와 같은 형식으로 쓰인다. (그는 마치 세상에 모르는 것이 없는 듯이 말한다. / 하늘이 맑으니 남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온다.)
‘-듯(이)’가 뒤에 올 내용이 앞에 한 말과 거의 같음을 나타낼 때에는 어미이므로 앞말에 붙여 써야 한다. 이때도 용언이 앞에 나오기는 하지만 ‘~할, ~하는’과 같은 말이 나오지는 않는다.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거대한 파도가 일듯 사람들 가슴에는 분노가 솟구쳤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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