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우리 산업 기상도는 정보기술(IT)ㆍ가전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이 ‘흐림’으로 예상됐다. 대선 등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 하방 압박에 직면한 중국 경제, 미국 금리 인상과 후폭풍,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4대 악재 때문에 산업계 전반에 먹구름이 몰려 올 거란 전망이다.
3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10여개 업종별 협회ㆍ단체와 조사한 ‘2017 산업기상도’에 따르면 ‘맑음’으로 예상된 업종은 ITㆍ가전 뿐이었다. 건설, 정유ㆍ석유화학, 기계 등 3개 업종은 ‘구름 조금’, 철강, 섬유ㆍ의류 등 2개 업종은 ‘흐림’, 조선, 자동차는 ‘눈 또는 비’로 예상됐다. 산업기상도는 ‘맑음’(매우좋음), ‘구름 조금’(좋음), ‘흐림’(어려움), ‘비’(매우 어려움)의 4단계로 표현된다.
올해 가장 쾌청할 것으로 예상된 ITㆍ가전 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ㆍ신제품에 적용되는 반도체 부문이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773억달러(약 89조8,300억원) 규모였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올해 853억달러(약 99조1,270억원)로 10.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은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겠지만, 유가 상승으로 중동 산유국들의 공사 발주가 재개되는 점 때문에 구름 속에서도 햇빛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정유ㆍ석유화학도 국제유가 반등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중국 환경기준 강화에 따른 국내산 경유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공급과잉과 주요 국가의 수입규제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는 철강은 올해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최근 미국이 한국산 철강 제품에 50% 이상 고율의 반덤핑ㆍ상계관세를 부과했고 태국, 인도, 대만 등도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 조선 산업의 부진으로 국내 수요도 늘지 않고 있다.
가장 어려움이 예상되는 업종은 조선과 자동차다. 조선은 세계 무역량 감소로 수주 가뭄이 계속되고 구조조정으로 건조물량 취소와 계약취소 등 일감 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도 내수 감소, 중국산 차의 국내 진출, 미국의 투자압박 등 악재가 겹쳐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규종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심리경기가 바닥인 데다 대외상황이 매우 위협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이런 상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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