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세상읽기] 2017년, 한국인의 설 풍경
다른 해들과 비교해 하루 정도 짧기는 했지만, 복잡다단한 일상을 뒤로 하고 시작됐던 설 연휴가 끝났다. 설은 추석과 함께 대표적인 우리의 명절이다. 추석이 한 해의 성과를 정리하며 더운 여름 동안의 노고를 서로 위로해주는 의미를 지녔다면, 설은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또 다른 시작을 위한 각오를 다지는 자리라 할 수 있다.
나라의 상황은 여전히 어수선한데다 뛰는 물가에 마음도 무겁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안식을 위한 귀향은 더욱 소중했다. 현실의 팍팍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클수록 내집단(內集團)에 대한 기대는 커질 수 밖에 없어서다.
설 연휴와 관련해 어떤 얘기들이, 또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지난 3년간의 빅데이터를 통해 살펴보았다. 2015년부터 올 해까지 설날을 기준시점으로 일주일간(2015년 2월 13~19일, 2016년 2월 2~8일, 2017년 1월 22~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 데이터에 나타난 설 관련 언급들을 추출해 전반적인 추이 및 각 연도별 특이점을 분석했다.
설 관련 부정적 감성어의 비율, 지속적으로 증가
먼저 설 연휴를 즈음해서 지난 3년간 얼마나 많은 언급이 이루어졌는지 살펴보았다. 데이터 추출을 위한 검색어 쿼리는 ‘설, 설날, 구정’ 등과 함께 ‘명절, 연휴’ 등의 키워드를 조합해 이용했다. 그 결과 전체 연관어의 언급은 2015년에 가장 많이 나타났지만, 일정한 추이를 찾기는 어려웠다.
이 보다 더 주목할 부분은 연관어에 대한 감성분석을 실시한 결과다. 분석 데이터를 제공한 (주)닐슨코리안클릭의 감성분석 툴을 활용해 설 관련 연관어를 긍정ㆍ부정ㆍ중립적 감성어로 분류한 후에 그 비율을 살펴보았다.
그 중 긍정적 감성어에 대한 부정적 감성어의 비율을 연도별로 파악해 본 결과 해마다 그 비율이 증가함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긍정적 감성어의 비율이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설에 대한 사람들의 부담이나 불만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 이유는 다수의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어려운 경제 사정이나 취업, 결혼 등의 문제가 직접적으로 이러한 부담에 영향을 미친 것 일수 있다. 또 연휴임에도 수행해야 할 과업이나 주부들의 ‘명절 노동’ 때문에 연휴답게 지낼 수 없는 상황이 많아진 것인지 유추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차후 좀 더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살펴볼 필요를 느끼게 된다.
설 관련 연관어, 어지러운 나라가 가정 속으로
이번에는 3개 년도의 비교 분석을 통해 공통적으로 나타난 설 관련 연관어와 특정한 해에만 모습을 드러낸 연관어는 무엇인지 파악해 보았다. 먼저 공통적으로 나타난 연관어는 ‘즐겁다’와 ‘행복하다’와 같은 상태를 나타내는 말과 함께 그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가족’, ‘음식’, ‘세뱃돈’ 등이 모습을 보였다.
반면 2015년에는 ‘고향’이나 ‘세월호’, 2016년에는 ‘해주다’와 ‘나누다’, ‘고속도로’ 등이 차별적으로 추출됐다. 무엇보다 올해 추출된 ‘분노하다’, ‘뽑다’ 등과 함께 ‘박근혜’, ‘문재인’, ‘특검’ 등을 통해 볼 때, 대통령 탄핵 이슈는 우리 일상에서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다가올 대선 또한 중요한 관심영역으로 부각되고 있음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대통령 탄핵 이슈 자체가 우리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제는 일상화된 ‘나라 걱정’이 간만에 만난 가족들 사이에서도 비집고 나타나는 듯해 씁쓸함 또한 지울 수 없다.
김영란법 시행과 함께 설 선물 관련어는 급속히 감소
마지막으로 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첫 번째 명절이라는 점에서 설 선물과 관련한 추이와 내용을 살펴보았다. 먼저 법 시행 이전인 2016년과 비교했을 때 선물과 관련한 언급 자체가 급속히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또 직접적인 행위를 의미하는 ‘주다ㆍ드리다ㆍ보내다ㆍ받다ㆍ가져오다’등도 현저하게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선물과 함께 도출된 품목에 있어서도 변화가 있었는데, 2016년의 경우 ‘와인’이 가장 빈번하게 나타났다면, 올 해는 ‘책’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 전반적인 선물 수수의 빈도 감소와 함께 그 내용도 달라졌음을 보여줬다.
설은 여전히 가족들을 모이게 하고, 따뜻한 위안과 격려를 제공한다. 그렇기에 불편하고 어려운 걸음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고향으로 향하게 된다. 물론 세상이 달라지는 것만큼 설을 보내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조상님들에 대한 소홀함은 다소간 불가피해질 듯하다.
하지만 각박하고 의지할 곳 찾기 힘든 시대에 가족만의 오롯한 시간과 공간을 느끼는 설은 계속됐으면 한다. 역귀성(逆歸省)이든 가족여행이든, 어떤 방식이라도 만나고 모여서 삶 속에 잊고 지낸 중요한 가족의 가치를 한번씩 되짚어 보는 일은 좀 더 풍성한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배영(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 데이터 출처: 트위터 관련 자료는 조사전문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koreanclick.com)의 버즈워드(Buzzword)데이터를 이용함. 분석에 활용한 트위터 데이터는 2015년 2월 13~19일, 2016년 2월 2~8일, 2017년 1월 22~28일을 대상으로 2,222만개 이상 계정에서 추출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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