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대 ‘호스트패밀리’ 마련
유학생 30여명 전통문화 즐겨
“세배를 할 때 남자는 왼손을 오른손 위에 포개고, 여자는 반대로 한다는 게 신기했어요.”
29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 전재길(76)씨 집을 찾은 전주대 유학생 무어이(23^베트남)와 조세핀(20^인도네시아^여)씨는 “한국 최대 명절인 설을 맞아 가정 집에서 전통문화 체험을 해보니 고국의 내 집에 온 듯 즐겁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날 만남은 전주대가 외국인들이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민과 학생을 연결하는 ‘호스트 패밀리(host family)’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졌다. 이 프로그램에는 중국과 베트남, 몽골 등에서 온 유학생 30여명이 참가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무어이와 조세핀씨은 세배도 하고 떡국도 먹으며 전씨의 손자인 유연(12)태연(9)군과는 흥겨운 윷놀이 판도 벌였다. 가래떡 썰기와 전 부치기 등을 할 땐 “어려워요”를 연발했다.
두 외국인 학생은 “웃어른을 공경하는 의미를 담은 세배가 참 보기 좋았다”면서 “한국은 좋은 전통과 윤리사상을 다른 나라보다 잘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도 훌륭한 풍습이고 특히 부모님이나 교수님들 앞에서 술이나 담배를 멀리하고, 말대꾸를 자제하는 태도는 다른 나라의 젊은이들도 배워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9~10월 전주대로 유학을 왔다. 고교시절 한국 드라마^영화 등에 심취해 한국어를 익히기 시작했다. 책과 유튜브 등을 통해 스스로 독학하다시피 한글을 깨치고 공부해 현지에서 한국인 통역을 할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무어이씨는 “베트남은 설이 7~10일이나 될 정도로 길고 친척들 20~30명이 모여 전통음식을 나눠 먹고 카드와 폭죽놀이 등을 한다”면서 “부모들이 복 돈을 나눠주기는 하지만 웃어른에게 세배하는 풍습은 없어 전통적인 예절은 한국이 더 강하게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세핀씨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신정을 쇤다”면서 “가족끼리 모여 새해를 맞이하면서 함께 밥 먹고 덕담을 나누는 정도”라고 한국을 부러워했다.
둘 다 한국에 와 처음 본 눈(雪)이 가장 신기하고 인상적이었단다. 며칠 전 첫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둘은 강추위에 벌벌 떨면서도 1시간 이상 밖에서 놀았다.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드는 모습을 사진 찍어 고국의 친지와 친구들에게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이들은 “한국의 학생들은 친절하고 정이 많아 어려운 일이 생기면 잘 도와줘요. 목적의식이 분명하고 항상 무엇인가를 배우려 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도 “‘바쁘다, 바빠’를 입에 달고 살며 걸음걸이마저 늘 뜀박질을 해요. 얼굴에 웃음이 적고 쉽게 화를 내는 모습은 고쳤으면 해요”라는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전주=글ㆍ사진 최수학 기자 sh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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