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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전략가의 재테크 한 수] 미국 주식, 나무를 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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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전략가의 재테크 한 수] 미국 주식, 나무를 볼 때

입력
2017.01.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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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미국 테크놀로지 펀드, 금융주 펀드, 중소형주 펀드

허창인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 헤드 이사
허창인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 헤드 이사

‘도널드 트럼프의 시대’가 열렸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정 지지율이 50%를 넘지 못한 것은 트럼프가 처음인데, 갑작스런 출마 선언과 그간의 좌충우돌 대선경쟁 과정을 돌이켜보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런데 금융시장은 생각이 다른 듯하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위험 선호 분위기가 대체로 뚜렷하다. 급진적이고 적대적인 외교 및 대외무역 정책, 자칫 반목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들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어찌 됐든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변화에 대한 기대라고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 시대에 가장 수혜를 받는 자산은 이미 알려진 대로 달러 자산, 특히 미국 주식이 될 것이다.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공약의 극단적인 면을 짚으며 정책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지만, 주식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값인 ‘뉴스’가 아니라 ‘기대감’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미 미국 주식은 싸지 않다. 따라서 미국 주식은 숲이 아니라, 나무 하나하나를 헤아려 봐야 한다. 게다가 재정정책 확대, 인프라 투자 활성화, 감세 및 금융업 등의 규제완화, 보호무역주의 등으로 요약되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은 논리적으로 부딪히는 부분이 많으며, 그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주장’에 가까운 것들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기대감만으로 무조건 미국 주식(숲)에 투자하겠다고 접근하기보다는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미국 주식 중에서 기술(테크놀로지)과 금융 업종에 대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선 기술 업종은 글로벌 IT 경기 회복의 수혜도 그렇지만, 미국 내 상황을 감안해도 긍정적이다. 미국 내 인프라 및 생산업체들의 소프트웨어 관련 지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건설ㆍ농업 등 전통적 사업에서도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기술 업종의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 게다가 클라우딩 컴퓨팅, 전자상거래, 가상현실, 증강현실, 인공지능 등과 같이 혁신적인 분야에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많다. 

미국 금융업은 규제 완화,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금리가 오를 때 일반적으로 금융주들은 예대마진 등의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한다)와 그 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매력적이다.

미국 중소형주에 접근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트럼프 정책이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에 더 긍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완화, 감세, 보호무역주의 등의 정책 영향은 글로벌 대기업보다는 미국에 기반을 두고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에 더 유리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중소형주 중심의 미국 스몰캡지수인 러셀2000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트럼프 임기가 4년일지, 8년일지, 그의 공약들이 얼마나 실현될지도 미지수다. 그러나 변화가 시작됐고, 경제적 측면에서 긍정적 기대가 상승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우려 역시 만만치 않다는 측면에서 막연하게 기대에 편승하기보다는 내용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지금은 미국 주식이라는 큰 숲이 아니라, 그 안의 나무 하나하나를 헤아려 볼 시점이다.

허창인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 헤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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