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직전 조사서 7.9%로 전체 4위
한달새 수직 상승, 안철수에 앞서
이 시장에 쏠렸던 관심이
안정감 보이는 안 지사로 기울어
“문재인과 차별화된 브랜드 필요”
야권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최근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면서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안 지사 지지율은 최근 한달 사이 두 배 이상 뛴 반면 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소폭 증가 내지 답보 상태로 나타났다.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중도하차 한 마당에 안 지사가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MBC와 한국경제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25, 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 지사는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7.9%를 기록해 문 전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이 시장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안 지사는 6.6%로 5위로 조사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제쳤다. 한달 전인 지난달 29, 30일 같은 조사(3.2%)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야권 주자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상승세다. 야권후보 적합도로 범위를 좁히면 안 지사(10.3%)는 문 전 대표(25.9%)에 이어 2위를 차지, 이 시장(9.1%)까지 제쳤다.
안 지사는 문화일보와 엠브레인이 23, 24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7.4%를 얻어 지난달 27, 28일 같은 조사(3.8%)보다 3.6%포인트 상승했다.
‘문재인 대세론’이 여전한데도 안 지사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에 대한 불안감이 안 지사 지지율 상승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문 전 대표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한반도 배치나 군 복무 기간 1년 단축 방안 등에 대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 동안 안 지사는 ‘현재 한미 정부간 협상을 통해 결정한 것은 그것대로 존중하겠다’ ‘민주주의 선거에서 표를 전제하고 공약을 내는 것은 나라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차별화 전략으로 중도층 포섭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도 “현실주의적 입장 표명으로 지지층 확장의 가능성을 보여준 안 지사의 행보가 외연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 전 대표와 비교되면서 지지율에 반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지사의 상승세는 촛불 정국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이 시장의 답보와도 비교된다. 이 시장은 지난달 MBC-한국경제 여론조사에서 10.1%를 기록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8.5%를 얻는데 그쳤다. 이 시장이 23일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등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뛰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 밖의 결과다.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촛불정국 동안 이 시장으로 쏠려 있던 야권의 전략적 지지층이 문 전 대표로 수렴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안정감을 보여주는 안 지사를 주목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안 지사의 상승세가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정 교수는 “대세론을 굳혀가는 문 전 대표와 정치적 기반이 겹치는 만큼 확고한 자신만의 브랜드를 내세우지 못할 경우 미풍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상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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