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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예능 약세… 올 설 특집 키워드는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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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예능 약세… 올 설 특집 키워드는 ‘힐링’

입력
2017.01.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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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재욱은 SBS ‘내 생애 단 하나의 기억-천국사무소’에서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SBS 제공
배우 안재욱은 SBS ‘내 생애 단 하나의 기억-천국사무소’에서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SBS 제공

“아빠가 너무 미안해.”

배우 안재욱은 지난 29일 방영된 SBS ‘내 생애 단 하나의 기억-천국사무소’(‘천국사무소’)에서 딸에 대한 기억을 지웠다. 한류스타로 각광 받던 시절과 서울예대 동문들과의 추억 등 소중한 기억을 차례로 지우며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봤다. ‘천국사무소’는 스타가 죽었다고 가정하고 천국에 입주 신고를 하기 직전 가장 소중한 기억 하나를 선택하는 형식의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나는 소중한 기억 7개는 고사하고 3개도 기억이 나지 않아 씁쓸했다”(wemo****) “방송을 통해 내 삶도 한번 되돌아보게 되더라”(ugin****)라며 방송을 본 감상을 남겼다.

‘천국사무소’는 올 설 특집 예능프로그램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번 설은 현대인의 상처를 보듬고 인생의 의미를 되짚는 ‘힐링’ 콘텐츠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다문화 가정의 토크쇼, 가족 노래자랑으로 채워지던 예전 설 특집 예능프로그램과 다르다.

편성표만 봐도 올해 가족 화합을 주제로 한 설 특집 예능프로그램을 찾기가 힘들다. SBS는 2015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아빠와 딸의 소통을 다룬 '아빠를 부탁해'를 방영해 정규 편성의 성과를 올렸지만, 올해는 '천국사무소' '뜻밖의 미스터리 클럽' 등 이색적인 포맷의 예능프로그램이 편성표를 채우고 있다. 지난해 스타 형제들의 우애와 일상생활을 그린 '우리는 형제입니다'를 편성했던 KBS2는 올해 '엄마의 소개팅'으로 가족 간의 사랑보다 중년의 로맨스에 더 집중했다. 2015년 가족의 생존기를 담은 MBC 다큐스페셜 '어디서든 살아보기'나 한 남자가 시간여행을 통해 가족을 구하는 SBS 드라마 '내일을 향해 뛰어라' 등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다큐멘터리나 드라마도 2년 전에 비해 줄었다.

지난 28일 방영된 MBC ‘가출선언 사십춘기’도 휴가를 통해 40대 가장의 고충을 그리며 힐링을 전했다. 평소 절친한 배우 권상우와 방송인 정준하는 아빠와 남편, 직장인으로서의 무게를 내려놓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무계획 여행을 떠났다. 절친과의 여행을 콘셉트로 했지만 취지는 나름 심오하다. 여행 과정을 통해 평범한 40대 남성들의 고민과 20대와 다르지 않은 그들의 열정, 청춘에 대한 갈망에 대해 얘기했다. 가족이 아닌 40대 가장의 고충에 초점을 맞추며 아버지, 남편으로서 희생을 강요당하는 중년 남성들을 위로했다.

30일 오후 방영되는 KBS2 ‘신드롬맨-나만 그런가?’는 심리 전문가가 스타들의 사생활을 통해 각종 증후군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제작진은 “스타들의 사례를 통해 현대인이 겪고 있는 수많은 증후군을 어떻게 봐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몸보다 정신이 더 아프지만 해결 방법을 몰라 힘겨워하는 현대인들에게 길을 제시한다는 취지다.

노래 예능프로그램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새로운 포맷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힐링’ 예능프로그램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출연자의 가창력을 앞세워 감동을 자아내고 복고 아이템으로 향수를 자극하는 노래 예능프로그램에 시청자가 식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JTBC ‘말하는대로’ 등 마음을 치유하는 예능프로그램이 지난해 하반기 긍정적인 반응을 얻자 설 특집에 ‘힐링’ 예능프로그램이 대거 등장했다. 김교석 대중문화 평론가는 “지난해 노래 경연 프로그램 중 크게 두각을 드러낸 방송이 없었다”며 “‘치유’를 취지로 한 설 특집 예능프로그램은 명절 때뿐만 아니라 평소 방송 트렌드가 다른 포맷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시청층이 중년층으로 확대된 점도 명절 예능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쳤다. SBS ‘불타는 청춘’ 등 중년 연예인의 로맨스가 인기를 끌자 지난 29일에는 자식이 어머니의 소개팅을 적극 지원하는 파격적인 내용의 KBS2 ‘엄마의 소개팅’이 방영됐다. 중년의 수줍은 모습을 노출해 엄마도 ‘여자’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중년의 시청자에게 로맨스에 대한 기대를 심어줬다. 김교석 평론가는 “최근 정치적 시국에 피로감을 느낀 시청자들이 예능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려는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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