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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 “족집게 조언, 한석규는 진짜 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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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 “족집게 조언, 한석규는 진짜 사부”

입력
2017.01.30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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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 때마다 어깨 두드려준

한석규와 호흡 맞춰 행복

옛 자료들 들추며 수술 예습

메스 손 연기 뛰어나다며

의사들이 의대 권유하기도

한석규 수술 장면 손 대역 맡아”

/그림 1 유연석은 “‘낭만닥터 김사부’의 팀워크가 유난히 좋았다”며 “다음에도 사람을 남기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느냐고 질문을 던지는 김사부를 보면서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스스로 질문하는 사람은 반드시 답을 찾기 마련이다. 배우 유연석(33)이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게서 얻은 답은 ‘확신’이다. 그렇게나 꿈꾸던 배우가 됐지만 연기를 하면서 진짜 행복한지 자신에게 질문하던 시기에 이 드라마를 만나 “연기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깨닫게 됐다는 고백이다. 최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유연석은 “다시 연기가 절실해졌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드라마에서 유연석은 ‘흙수저’ 출신이라는 열등감을 극복하고 진짜 의사로 거듭난 강동주를 연기했다. 성공에 집착했던 강동주는 좌천돼 내려온 돌담병원에서 괴짜 의사 김사부(한석규)를 만나 자신의 오만함을 깨닫는다. “사람은 누구나 미성숙한 존재니까 실수도 하고 잘못된 선택도 하게 돼요. 저도 그랬어요. 드라마 초반부 제 연기를 보면서 많이 반성했죠. 답을 찾아가면서 시행착오도 겪었고요. 강동주가 부딪히고 깨지며 성장하는 과정을 연기하며 저 역시 배우로서 진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영화 ‘상의원’(2014)에 이어서 사제지간으로 새롭게 만난 대선배 한석규도 유연석을 자극했다. 한석규 얘기에 유연석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눈을 마주치며 연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됐다”며 살짝 들떴다. 그는 “후배를 위해 이렇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시는 선배를 또 만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하며 “선배님의 조언을 따라 다른 방식으로 연기를 해 함께 호흡을 맞추던 시간들이 다 좋았다”고 말했다. “제가 조금 지쳐 있을 때는 어깨를 두드려주시며 여유를 갖게 해주셨죠. 선배님 특유의 여유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에겐 진짜 사부님이셨죠.”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사제로 만나 연기 호흡을 맞춘 한석규(왼쪽)과 유연석. SBS 제공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사제로 만나 연기 호흡을 맞춘 한석규(왼쪽)과 유연석. SBS 제공

유연석도 스승의 은혜에 작은 보답을 했다. 의학 자문 의사들이 의대 진학을 권유할 정도로 수술 장면의 손 연기가 뛰어나 간혹 한석규의 손 대역으로 나서곤 했다. 첫 드라마 출연작인 MBC ‘종합병원2’(2008) 당시 대학병원에서 실습을 하며 정리해 놓은 자료까지 다시 꺼내 보며 단단히 준비를 해둔 덕분이다. 유연석은 “혹시나 수술 연기가 어설퍼 몰입을 방해할까 각별히 신경을 썼다”며 “의사인 주변 지인들부터 의사의 사명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얘기를 듣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시청자들에게도 질문을 던졌다. 차별의 시대, 돈의 시대, 출세 만능의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에 대해. 그리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김사부라는 인물을 통해 현실을 조명했다.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논란을 연상케 한 탈영병 에피소드와 국가의 총체적 무능을 드러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기득권의 갑질, 공공의료 문제 등 드라마에 담긴 문제의식은 끊임없이 현실을 환기했고, 현실에서 이뤄지지 못한 정의로운 결과로 대리만족을 안겼다. 그래서 ‘사이다 드라마’라고도 불린 ‘낭만닥터 김사부’는 뜨거운 호평 속에 최고시청률 27.6%(닐슨코리아)로 막을 내렸다. 유연석도 “뒤숭숭한 시국에 마음을 다친 분들께 이 드라마가 처방전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영화 ‘올드보이’(2003)의 유지태 아역으로 데뷔해 배우 생활 14년째. 벌써 30여편의 출연작이 차곡차곡 쌓였다. 단역부터 주연까지,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아우르며, 멜로와 사회극, 판타지, 청춘물, 사극 등 온갖 장르를 섭렵했다. 그 사이 영화 ‘늑대소년’(2013)과 ‘건축학개론’(2012)에서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한 악역으로 관객의 분노를 샀고, tvN ‘응답하라 1994’(2013)의 순정파 야구선수 칠봉이 역으로 폭발적인 인기도 경험했다. 선택지가 더 늘었을 때 돌연 무대로 눈을 돌려 지난해 초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공연도 했다. 다채로운 출연작 목록은 “해보지 않은 작품과 역할에 대한 호기심”이 낳은 결과다.

‘낭만닥터 김사부’를 마친 뒤의 행보도 뜻밖이다. 평소 존경해온 원로배우 이순재의 데뷔 60주년을 기념하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지방 공연에 합류한다. 이순재는 대학교 은사이기도 하다.

새로운 걸음을 내딛기에 앞서 유연석은 다시 한번 어떤 배우가 될 것인지 스스로 물었다. “강동주가 김사부에게 ‘당신은 좋은 의사인가, 아니면 최고의 의사인가’ 묻는 장면이 있어요. 그러면 김사부가 답하죠. ‘지금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그 질문을 저 자신에게 대입해 봤어요. 처음엔 인정 받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그 다음엔 최고의 배우가 되려고 욕심도 부렸어요. 그리고 지금은 꼭 필요한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해요. 어떤 작품에 ‘유연석이란 배우가 나왔으면 좋지 않았을까’ 떠올리게 하는, 그런 배우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유연석은 “드라마 데뷔를 ‘종합병원2’로 했는데 의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다”며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실컷 수술을 하면서 한을 풀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
유연석은 “드라마 데뷔를 ‘종합병원2’로 했는데 의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다”며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실컷 수술을 하면서 한을 풀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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