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음 발음 논쟁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지구촌 어디에선가는 ‘Where’의 발음이 ‘훼어’ ‘웨어’ 두 가지 발음으로 들리고 humor 발음이 ‘휴머’냐 ‘유머’냐 엇갈린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발음의 논란이 Norman Conquest(1066) 이후 프랑스어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하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Herb, honor, honest, humor 의 발음처럼 초성 h음의 발음의 배경은 1,000년 이상의 역사를 거친 발음이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이다.
London에서는 초등생들이 H음 생략을 하면 어른들이 고쳐 주려고 되묻게 되고 그러면 어린이는 h음 발성을 하는 일도 있다. 중산층 자녀 중에서 h음 생략은 14%에 불과한 반면 서민층 중에서 h음 생략은 81%나 되었다. (Hudson & Holloway, 1977) 특히 London지역과 현지 토박이들 발음에서는 생략 현상이 타 지역에 비해 많고 호주와 뉴질랜드 등에서도 많은 반면 북부나 아일랜드 스코틀랜드에서는 아직도 h음 발음을 하는 사람이 많다. 상류층이나 지식층에서는 h음 생략은 노동자층의 발음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일부에서는 아직도 고의로 h음 발성을 하려는 지식층이 있다.
이런 현상은 고대 히브리어에서 에브라임 지역 사람들이 sh와 th발음을 잘 하지 못하자 이를 식별해 내기 위해 shibboleths 발음을 시켜보던 길리앗 지역 사람들의 차별의식과 매우 흡사하다. 대화를 할 때 그 사람의 억양만 들어도 사회적 신분을 알 수 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지만 h발음의 역사 기록을 보면 라틴어 시대부터 생략현상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Herb의 예를 보면 영국 표준은 ‘허-ㅂ’인 반면 미국에서는 ‘어-ㅂ’이다. herb은 Latin어 herba에서 온 것으로 당시 발음은 ‘허바’였는데 이 h음은 강한 ‘ㅎ’이 아니었기 때문에 점차 ‘h’음이 생략돼 ‘어바’가 되었다. 프랑스어 초기에는 erbe가 되었는데 나중에 어원을 살리기 위해서 철자만 herbe로 표기하고 발음은 그대로 ‘어-ㅂ’로 하였다. 이 ‘erbe’가 중세 영어 철자에 영향을 끼치면서 erbe로 표기된 것이고 나중에 ‘어-ㅂ’ 발성을 촉진한 것이다.
영어에서도 h철자 표기를 하는 이유는 프랑스어에서처럼 발생 어원을 살리고자 표기만 할 뿐 발음과는 상관이 없는 셈이다. 바로 이러한 Latin-French-English 전이의 영향이 다른 영어 단어에도 미쳤다는 평가가 많다. 고전 발음과 현대 영어에서 똑같은 초성 h발성을 놓고 생략과 존치로 갈리는 것은 이 발음이 아직도 진화중임을 말해주고 있다.
왜 현대 영어에서 ‘h음을 발성하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일부 상류층에서 중세 시대부터 남은 고정관념 때문으로 보인다. 상류층은 ‘나는 교육받은 사람이고 상류층이기 때문에 저학력 서민층 발음은 거부한다’는 의식과 태도 때문이다. 그리고 ‘희소한 발음’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강조하려는 심리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Mugglestone,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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