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보수 피용ㆍ마크롱 1%P 초접전
결선투표 땐 두 후보 모두 르펜 앞서

브누아 아몽(50) 전 프랑스 교육장관이 29일(현지시간) 프랑스 사회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이로써 4월 23일 진행되는 프랑스 대선은 마린 르펜(49) 국민전선 후보, 프랑수아 피용(63) 공화당 후보, 에마뉘엘 마크롱(39) 전 경제장관과 아몽 후보의 4파전으로 정리됐다. 여론조사상으로는 극우파 르펜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면서 피용 후보와 마크롱 후보의 ‘2위 싸움’에 더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지가 29일 발표한 여론조사전문기업 칸타-소프레의 투표 의향 여론조사 결과, 르펜 후보가 25%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2위권에서는 중도 보수 성향 피용 후보와 마크롱 후보가 각각 22%와 21%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결선 가상대결 구도에서 르펜은 피용ㆍ마크롱 어느 후보를 맞더라도 큰 격차로 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대선의 향방은 2위를 차지해 결선에 진출하는 후보에 따라 결정되는 셈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프랑스 대선은 르펜 대 피용의 2파전으로 압축되는 분위기였으나, 최근 중도 진보를 표방한 마크롱의 기세가 만만찮다. 마크롱은 르펜은 물론 피용과의 양자대결을 가정하더라도 크게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사 결과만 놓고 보자면 결선만 진출해도 대통령은 떼놓은 당상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지냈던 마크롱은 지난해 말 사퇴하면서 사회당과도 결별하고 ‘앙 마르슈(전진)’라는 독자세력을 결성, 일찍이 대선을 준비했다. 아몽 후보의 등장으로 사회당의 좌클릭이 두드러지면서 중도 진보 성향 유권자 일부를 흡수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르펜에 맞설 중도의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졌던 피용 후보가 ‘부인 채용 스캔들’에 휘말려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마크롱이 그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25일 프랑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피용은 하원의원 시절 부인 페넬로프 피용에게 특별한 업무를 맡기지 않은 채 8년간 보좌관에 가짜로 채용, 총 50만유로를 급여로 지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사회당의 아몽 후보는 29일 경선 2차 투표에서 58.72%를 득표, 마뉘엘 발스 전 총리를 누르고 대선후보 자리를 따냈다. 아몽 후보는 기본소득 지급과 로봇 과세 등 급진적인 정책을 제안해 ‘프랑스의 버니 샌더스’란 별칭을 얻었다. 3주 전까지만 해도 경선 승리 가능성이 낮은 아웃사이더였지만, 유력 후보였던 발스 전 총리가 올랑드 정부의 실패를 책임져야 한다는 당내 기류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반전 승리를 거뒀다.
아몽 후보는 현재 대선 여론조사에서 15%를 얻어 2위 경쟁에서 다소 뒤처진 4위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흐름은 고무적이다. 경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진보진영의 표를 흡수하면서 앞서가던 장뤽 멜랑숑 좌파당 후보를 5%포인트 차이로 제치고 2위권에 따라붙고 있다. 아몽 후보는 경선 승리 직후 “프랑스는 좌파가 필요하다. 미래를 향한, 좀 더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좌파를 이끌겠다”며 진보 진영을 결집해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