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제 앞두고 광저우 동행 포착
시진핑 이을 주석 후보로 꼽혀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이 춘제(春節ㆍ중국의 설)를 앞두고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와 함께 공개 행보를 벌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가을 차기 지도부의 윤곽이 드러날 제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후춘화 서기를 지원한 모양새여서 본격적인 권력투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해석도 나온다.
30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후진타오 전 주석이 춘제를 이틀 앞둔 지난 26일 후춘화 서기의 수행으로 광저우시 번화가와 꽃시장 등지를 시찰하는 장면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공개됐다. 후진타오 전 주석은 군중에 에워싸인 채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거닌 뒤 꽃시장 상인들과 대화를 나눴고, 이 자리에는 부인 류융칭(劉永淸)과 장남인 후하이펑(胡海峰) 저장성 자싱시장도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와병설이 나돌기도 했던 후진타오 전 주석은 이날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고 명보는 전했다.
후진타오 전 주석과 후춘화 서기의 동행은 특히 올해 가을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원로들과 현직 정치국 위원들의 동태에 관심이 쏠리는 시점이란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5명의 공산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 중 한 명인 후춘화 서기는 후진타오 전 주석이 발탁해 차세대 리더로 키운 인물로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이을 가장 유력한 국가주석 후보로 꼽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쑨정차이(孫政才) 충칭시 서기와 함께 대표적인 류링허우(60後ㆍ1960년 이후 출생세대)이고 허베이성 성장과 네이멍구자치구 주석을 거쳤다.
후진타오 전 주석의 권력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제1서기를 지낸 후춘화 서기는 한 때 시진핑 주석의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진핑 주석과 후진타오 전 주석이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에 맞서 연합세력을 형성했다는 얘기가 나온 뒤 차기 유력주자로 재부상했다. 이 때문에 후진타오 전 주석이 후춘화 서기를 본격 지원하기 시작했다는 분석과 함께 공청단 전체에 대한 측면 지원이란 얘기가 나온다.
일각에선 후진타오ㆍ후춘화의 공동 행보가 시진핑 주석의 지시에 따른 일반적인 수준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신화통신은 지난 25일 시진핑 주석이 각 중앙ㆍ지방의 당정 책임자들에게 장쩌민ㆍ후진타오 전 주석, 리펑(李鵬)ㆍ주룽지(朱鎔基)ㆍ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을 방문해 챙길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원로들이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한 당 중앙의 영도하에 당과 국가의 사업이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긍정 평가하면서 전 인민이 시진핑 동지를 중심으로 긴밀하게 단결할 것으로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