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타협은 없다, 국정을 기업 결재하듯 속전속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타협은 없다, 국정을 기업 결재하듯 속전속결

입력
2017.01.30 13:36
0 0

의료개혁 폐지, TPP 탈퇴 이어

고강도 ‘反 이민 행정명령’까지

열흘새 22건 문서에 서명하며

오바마 정책들 완전히 뒤집어

검증 절차도 무시한 채

일방주의적 신속ㆍ과감한 결정

“대본도 없는 예측불허” 경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두 건의 대형 송유관 건설사업 재개와 관련된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두 건의 대형 송유관 건설사업 재개와 관련된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오프 스크립트(Off Scriptㆍ예측불허)의 일주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도널드 트럼프 정권 출범 일주일을 결산하는 분석 기사(28일자)에서 사용한 표현이다. 드라마ㆍ연극에서 미리 준비한 대본(스크립트)이 완전 무시된 것처럼 취임(20일) 후 지난 열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내용과 추진 속도가 모든 미국인을 경악시킬 정도로 파격적이고 예상을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 8년간 차근차근 쌓아 올린 의료개혁(오바마케어), 환경정책(대형 송유관 건설), 통상정책(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ㆍTPP), 대 테러ㆍ중동정책(반 이민행정 명령)을 불과 열흘 새 완전히 뒤집었다. ‘위험한 정책 변경’이라고 언론이 공격해도, 특유의 트위터 정치로 무시하며 인종ㆍ종교차별적 행태까지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출범 후 열흘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공약 실현을 위해 5건의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포함해 총 22건 문서에 서명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포함해 14명의 외국 정상과 전화 통화도 나눴다. 자동차, 정보기술(IT)업계 지도자 등 3개 이해관계자 집단 대표를 만나 투자활성화 대책을 논의했으며, 의회 지도자 면담(3건)ㆍ현장부서 방문(3회)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26개 연방정부 기관이 매일 관련 협의를 벌였고, 하원의원 75명에게서 의견을 청취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정부에 우호적인 폭스뉴스는 “트럼프가 소처럼 일하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열흘 매일 세계를 놀라게 했다. 취임 당일 연방정부 기관의 오바마케어 준수 의무 규정을 삭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 이 제도의 폐지를 위한 첫 단추를 끼었다. 취임 후 첫 월요일(23일)에는 TPP탈퇴를 선언한 데 이어, 연방정부 공무원 채용 동결, 해외 낙태사업 지원 폐지와 관련된 문서에 서명했다.

24일에는 오바마 정권이 환경보호를 위해 불허했던 두 건의 대형 송유관 사업 재개에 필요한 서류에 서명했다. 또 주요 건설 공사 이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환경영향평가 심의기간을 대폭 줄이는 내용의 행정명령도 내렸다. 과도한 환경규제가 사회간접자본시설(SOC)의 신속 건설을 가로막는다는 이유였다.

25일, 27일에도 기존 대외정책 근간을 뒤집는 정책에 서명했다. 25일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은 물론이고, 비용도 멕시코가 대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비용 부담문제는 미국ㆍ멕시코 정상간의 통화 이후 당분간 서로 언급하지 않기로 합의를 봤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갖은 압력을 넣어 결국 멕시코에 부담시킬 가능성이 높다. 27일에는 미 전역에서 시민들의 항의 시위를 유발한 7개 무슬림 국가 출신자의 입국을 제한하는 ‘반 이민 행정명령’을 내놓았다.

무슬림 7개국 출신자 입국 금지와 관련, 중동지역에서 기독교 신자의 박해를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게시물.
무슬림 7개국 출신자 입국 금지와 관련, 중동지역에서 기독교 신자의 박해를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게시물.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를 기업처럼 다룬다고 평가했다. 결정이 신속ㆍ과감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의 타협과 합의를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경 장벽을 놓고 마찰을 빚는 멕시코에 20% 국경 통과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는 등 일방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랍 7개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 명분으로 해당 지역에서 기독교인 박해 받은 사실을 적시한 것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 고문 등 일부 참모들의 인종주의적 성향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백악관 열흘에 대해 “선거운동 동안 보여줬던 그의 습관과 정책방향을 고스란히 구현했다”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자신의 약속을 동의나 점검 과정을 거치지 않고 빨리 실현시키는데 집착하고 있다”라며 “미국은 수많은 검증단계와 동의를 중시해온 국가이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