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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민이 ‘더킹’이다

입력
2017.01.3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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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연휴는 흥행 영화들의 각축전이다. 며칠 동안의 휴일 동안 국민들은 홀로 또는 가족들과 함께 극장을 찾아 시간을 보냈다. 이번 명절 기간에 영화 ‘더킹’은 4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개봉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부산시 전체 인구보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 ‘더킹’을 찾아 극장을 다녀갔다. 지나간 한국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비추고 있는 영화 내용도 흥미롭고 인상적이지만 영화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더욱 강렬하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대통령도 권력기관도 재벌 기업도 아니다. 바로 국민임을 강조해주는 내용 때문이다. 그러나 명절 연휴의 민심 현장을 가보면 영화가 주는 메시지만큼이나 ‘더킹’인 국민들의 삶은 전혀 여유롭지가 못하다. 지방 경제는 붕괴일보 직전에 놓여 있다.

조선업을 비롯한 중공업과 각종 생산 시설로 기계 소리가 끊이질 않았던 고향 주변공업 단지는 더 이상 활기찬 분위기가 아니었다. ‘지방 붕괴’라는 목소리는 조류 인플루엔자로 넘어가며 더욱 심각했다. 도시 주변 농촌에서 농가의 부업이나 축산 농가의 주업으로 양계장에 공을 들였지만 날벼락 같은 상황을 맞이했다. 대량 살 처분으로 농심은 마구 타들어 가고 명절이면 친구들과 모여 치맥(치킨과 맥주)으로 상권을 달구었던 명절 특수도 사라져 버렸다. 한때 전세계 최고를 달렸던 조선업은 대형 크레인을 실제 구입가격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헐값에 외국 회사에 판매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 버렸다. 오랜만에 타게 된 고향 택시의 기사는 지방의 경기 침체를 매우 심각하고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명절에 고향의 품에 안겨 위로 받으려고 했던 애초의 계획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말로나마 택시 기사를 위로해 드리고 목적지에서 내렸다. 지방경제도 그렇지만 수도권에서 내려온 친척들의 목소리는 더욱 가슴 아팠다.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로 국가최고 리더십은 마비 상태에 있고 정부와 기업의 유착 관계 의혹으로 국민들이 재벌을 바라보는 시선은 최악 수준이다. ‘헬조선’으로 불리는 고용 절벽 상황에서 청년 일자리를 정책적으로나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나 확대해야 하는 기업들이지만 잔뜩 움츠러든 경기 때문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세계 경제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미국 우선주의’에 혈안이 되어 있다. 비정상적으로 들렸던 ‘멕시코 장벽’ 공약도 이행하려 든다고 하니 경악할 노릇이다.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고 미국으로의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긴다고 하니 우리로서는 전무후무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명절 연휴 동안 이른바 잠룡으로 불리는 대선 후보들의 행보가 분주하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명절 민심을 조금이라도 더 잡으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명절이면 보여주곤 했던 타성에 젖은 행보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설 연휴를 앞두고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은 차기 대통령 후보들을 향해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있다. 도덕성과 청렴성 그리고 소통과 정책 능력을 두루 갖춘 리더를 요구하고 있다. 가능할까.

한편 다수 국민은 박영수 특검에 성원을 보내고 있다. 사회 정의에 힘쓴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다. 왜 사법 정의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영화 ‘더킹’의 내용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을까. 검찰이 국민을 ‘더킹’으로 섬기고 오로지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에 충실했다면 특검의 존재가 필요했을까. 검찰을 비롯한 국가 권력과 국민을 소비자로 둔 재벌들이 국민이 아니라 자신들을 ‘더킹’이라고 철석같이 믿지는 않았을까. 명절 동안 투영해본 대한민국은 곳곳에 구멍이 나있고 상처에 신음하고 있다. 대선 후보도 국가 권력도 가장 먼저 되새겨야 할 덕담이 한 구절 떠올랐다. 국민이 ‘더킹’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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