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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시도교육감들의 이유 있는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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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시도교육감들의 이유 있는 설전

입력
2017.01.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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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중ㆍ고교생들이 푯말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11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중ㆍ고교생들이 푯말을 들고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위험합니다.” “아닙니다, 믿어야 합니다.”

19일 오후 경기 의정부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 김대중홀에 동그랗게 모여 앉은 11명의 시도교육감(대전은 부교육감 참석)들 사이에 치열한 설전이 오갔습니다. 최근 시민사회계 안팎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인 ‘선거연령 만 18세 하향’을 촉구하는 성명 채택을 두고서 입니다.

테이블에 안건을 올리자 먼저 나온 건 우려의 목소리였습니다. 장만채 전남교육감은 “세계 여러 나라가 선거 가능 연령을 만 18세로 두고 있다지만 한국과 달리 자유로운 토론문화가 정착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여전히 일방적 교육 시스템이 만연한 한국에서 고교생까지 선거권 낮추는 일은 위험하다”고 했죠. “어렸을 적 적극적으로 정치 행동을 했던 주위 친구들이 성인돼서 겪게 되는 혼란 과잉을 보면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고교생은 아직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위해 준비하는 나이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곧장 반론이 제기됐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청소년이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기 때문에 선거연령 제한을 만 19세로 두는 게 옳다고 했다. 그런데 8급 이하 공무원시험 응시연령은 18세 이상이면 가능하다. 두 사실을 놓고 비교하면,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일보다 공무원으로서 공직수행 하는 일이 훨씬 쉽다는 얘기가 된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모순된 논리에 일침을 놓자 곳곳에서 공감의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투표권을 낮추면 자연스럽게 민주시민 교육이 이뤄질 것이란 긍정적 견해도 잇따랐습니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만 18세 국민에게 선거권이 주어진다면 공동체를 향한 책임감과 뚜렷한 정체성을 갖게 될 것”이라며 “특히 청소년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될 때 비로소 세대 통합과 사회적 활력 증대가 가능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이후로도 “교육감들 차원에서 논의될 사안인지 의문” “교육적 차원에서도 선거권은 중요한 요소” 등 찬반 의견이 팽팽히 갈렸습니다. 한 차례의 휴정과 40여분 간 논의 끝에서야 이견을 좁혔지요. 협의회는 “민주시민은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성장하고 참여를 통해 성숙한다”며 선거권 연령을 18세로 확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성명을 채택했습니다.

이날 일부 교육감이 언급했던 것처럼 선거연령 하향 반대 편에 선 이들은 청소년의 ‘정신적 미성숙’에 방점을 둡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 곳곳을 메워 온 청소년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비선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ㆍ학사 비리를 비판하며) 교육은 인간된 권리를 배우고 살아가는 방법을 깨우치는 과정이지 부를 대물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서울예고 2학년 김민정씨)

“학생이니 공부하며 참으라? 우리는 우리가 배워 온 민주주의에 따라 광장에 나온 것이다.”(서울 예일여고 3학년 남지원씨)

“3ㆍ1운동도 4ㆍ19혁명도 모두 어린 학생들의 분노가 도화선이 됐다. 잠시 내려놨던 역사의 주역이라는 무거운 짐을 다시 한번 짊어질 때다.”(중고생연대 최준호 상임고문)

어쩌면 청소년들의 한계를 결정하고 억압해 온 어른들의 시선이 되레 미성숙한 상태로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리숙한 어른들의 재단 탓에 더 나은 한국의 미래가 뒷걸음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새삼 고민하게 됩니다. 서울 학생인권의 날을 하루 앞둔 25일 만난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활동가 리티(15)씨의 말을 다시 한 번 빌립니다. “나이를 기준으로 청소년과 성인을 갈라놓고, 때로는 이를 통해 귀천을 나눌 수도 있다는 일부 어른들을 볼 때면 힘이 들죠. ‘학생답게’ 행동하라고요? 우리는 학생이기 이전에 시민이자 어른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걸 되새겨주세요.”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19일 오후 경기 의정부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 11명의 시도교육감들이 모여 '선거연령 18세 확대 법 개정 촉구 성명서 채택'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뉴스1
19일 오후 경기 의정부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 11명의 시도교육감들이 모여 '선거연령 18세 확대 법 개정 촉구 성명서 채택'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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