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수만 3,200만명이 넘어 ‘국민보험’으로 자리잡은 실손의료보험은 통상 생명보험사보다 손해보험사에서 가입할 때 보험료가 더 저렴하다. 그런데 올 들어 생보사 상품의 보험료가 더 싼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유가 뭘까.
28일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 등에 따르면 30세 남성의 표준형 단독실손보험 예상 보험료를 검색하면 전체 25개 보험사(생보 14곳ㆍ손보 11곳) 가운데 보험료가 저렴한 보험사 1~8위는 전부 생보사였다. MG손해보험(월 1만2,179원)의 보험료가 손보사 중에선 보험료가 가장 쌌지만 전체 1위인 KB생명보험(월 9,340원)에 비하면 30%나 비쌌다. 60세 남성 가입자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비교해도 1~12위까지 전부 생보사다.
원래는 손보사의 실손보험료가 생보사보다 더 저렴했다. 오래 전부터 실손보험을 취급한 손보사들은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에서 지급한 보험금이 차지하는 비율) 상승에도 금융당국의 견제 등으로 쉽게 보험료를 올리지 못했다. 반면 2008년부터 후발주자로 실손 시장에 뛰어든 생보사는 처음부터 손해가 나지 않는 수준으로 보험료를 책정했고, 그 결과 손보사보다 보험료가 더 비쌌다. 다만 최근 몇 년 간 손보사들이 잇달아 실손보험료 인상을 감행하면서 손보사 보험료가 생보사보다 약간 저렴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 들어 가격 역전 현상이 생긴 것은 생ㆍ손보사 간 보험료 인상 시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은 보통 1월초에 전년도 손해율을 반영해 보험료를 조정하지만, 생보사는 통상 4월초에 보험료를 조정한다. 실제로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들은 이달 초 실손 보험료를 20% 정도 인상했다. 반면 빅3(삼성ㆍ한화ㆍ교보생명)를 포함한 대다수 생보사들은 오는 4월부터 보험료를 10~20% 인상할 계획이다. 따라서 4월부터는 업권별 보험료 격차가 사라지게 된다. 4월 전 실손보험을 든다면 생보사가 손보사보다 유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생보사 실손보험 상품을 고르는 게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다. 가입 첫해 보험료만 보고 실손보험을 선택해선 안 된다는 게 보험 전문가들 조언이다. 실손보험료를 유달리 낮게 책정한 회사는 그 해 손해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이듬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손보험은 가입 절차가 까다로워 자동차보험처럼 매년 보험료가 싼 곳을 찾아 보험사를 바꾸는 것이 여의치 않은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이 적고, 가입심사를 처음부터 깐깐히 하는 보험사를 고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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