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강경한‘반(反) 난민’기조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무슬림 테러 위험국가 국민에게 비자 발급을 일시중단하고 테러위험국가 출신 난민의 입국 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으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강조한 6대 국정 기조에 따른 조치다. 미 국무부는 이슬람 국가인 이라크, 시리아, 이란,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등 7개 나라를 비자 발급을 일시 중단하는 대상국이라고 설명했다. 행정명령 서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취임식 참석을 위해 국방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심사 절차를 강화한다”며 “우리는 그들이 이곳에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테러 위험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최소 90일간 금지하는 방안이 행정명령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난민입국 프로그램도 120일간 중단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난민 심사 시스템을 정비해 국가 안보가 위협을 받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시리아 난민 입국이 중단된다. 다만 종교 박해를 받은 난민은 예외로 인정된다. 무슬림 국가에서 소수 종교로 박해를 받는 기독교도들이 적용을 받을 것이라고 AP통신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독교방송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의 기독교도들이 난민 지위의 적용에서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해 예산 내에서 미국이 받아들이는 난민 수의 한계치도 11만명에서 절반가량인 5만명으로 줄어든다. 테러 위협을 막고자 난민 프로그램에서 등록과 승인 과정의 안전 조치를 검토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군 증강, 전투기와 전함 확대 등 군대 재건에 관한 대통령 각서에도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 이민·무슬림’을 기치로 한 강도 높은 행정명령을 내놨지만, 인종·종교 차별적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975~2015년 미국 본토에서 일어난 테러 공격에서 비자 발급이 잠정 중단된 7개 국가의 국민이 미국인을 살해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분석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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