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죄질 불량” 실형 선고
경찰, 매년 100건 넘게 발생
태어난 아이를 두고 떠나거나 몰래 버리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 수원에서는 무려 3차례 출산한 아이를 유기한 20대 미혼 여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 9단독 반정모 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29ㆍ여)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고 27일 밝혔다.
반 판사는 “피고인은 경제적 능력이 없어 양육할 상황이 안 되면 미혼모 시설에 머무르며 아이의 입양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었다”며 “영아를 유기하고 도주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해 아동들에게 현실적인 위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4일 오후 5시10분쯤 경기 수원시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 딸을 낳은 뒤 같은 달 7일 오후 8시35분쯤 아이만 신생아실에 두고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2011년 2월과 2014년 4월에도 같은 범죄를 저질러 처벌받기도 했다.
이씨처럼 피붙이를 모질게 내치는 산모는 전국적으로 한 해 100명이 넘는다. 경찰에 따르면 영아유기 사건은 2011∼2015년 무려 608건이나 발생했고 지난해에는 109건(잠정)이 신고돼 31명이 검거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원치 않은 임신을 한 뒤 뒷감당을 할 수 없는 10, 20대 젊은 여성들이었다. 가족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지 못한 채 숨기다 남몰래 출산했지만, 양육할 능력이나 처지가 되지 않자 유기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열악한 미혼모들이 사회적 편견 없이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인식 개선과 지원제도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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