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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도발하는 남경필, 피해 가는 유승민…두 주자의 브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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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도발하는 남경필, 피해 가는 유승민…두 주자의 브로맨스(?)

입력
2017.01.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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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모병제 맞짱토론하자” 구애에 유 “정의롭지 못해” 일축

유 “25일 출마선언” 페이스북 쓰자 곧바로 남 “25일 출마” 알려

원내대표 사퇴의 변 ‘헌법제1조’ 남경필은 대선 출마의 변으로 인용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2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식을 열고 이름을 연호하는 청중에 화답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bwh3140@hankookilbo.com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2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식을 열고 이름을 연호하는 청중에 화답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bwh3140@hankookilbo.com

 

 "’톰과 제리’ 같아. 남경필은 도발하고 유승민은 무대응으로 피해가고..”

보수의 적통을 자처하는 바른정당에는 차기 대선을 준비하는 두 후보가 있습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2대 공약 중 하나를 건드렸다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했던 유승민 의원, '남(경필)ㆍ원(희룡)ㆍ정(병국)'이라는 간판으로 원조 쇄신파의 아이콘이었던 남경필 경기지사입니다. 유 의원은 '용감한 개혁'을 기치로 26일, 남 지사는 '코리아 리빌딩'을 들고 25일 앞서거니 뒷서거니 공식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두 정치인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한 의원은 ‘톰과 제리’라는 표현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소룡(小龍)전도 꽤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남 지사는 새로운 정책이나 공약을 내놓으면 유 의원에게 끝장토론 내지 맞짱토론을 해보자고 제의합니다. 마치 유 의원으로부터 검증이나 채점(?)을 받으려는 듯이요. 지난해 9월 '모병제'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남 지사가 모병제 도입을 꺼내놓고 유 의원에게 토론을 해보자고 했는데 유 의원은 대꾸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유 의원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모병제는 정의롭지 않은 발상"이라고 일축하자, 남 지사가 “남의 정책에 대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며 즉각 대응하며 호기롭게 싸움을 걸었지요. 하지만 유 의원이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으면서 남 지사가 원했던 끝장 토론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유 의원이 도발하는 남 지사를 피해간 것입니다.

대선 출마 선언 날짜를 두고서도 두 사람은 미묘한 밀고 당기기를 벌였습니다. 유 의원은 지난 11일 기자들에게 출마 선언 날짜를 25일로 알렸습니다. 당일 오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1월 25일 저는 바른정당의 대선후보 경선 출마선언을 하겠습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발표 2시간 정도 후 남 지사 측이 기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메시지를 돌렸습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오는 25일 바른정당의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시간과 장소는 추후 결정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남 지사 측이 유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 날짜에게 맞춰서 출마 선언을 하겠다고 도발한 것입니다. 이를 두고 바른정당 내부에서 여러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며칠 뒤 유 의원은 26일로 출마 선언 날짜를 하루 미루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다시 남 지사의 도발을 피해간 셈이죠. 유 의원 캠프 관계자는 "25일이 무슨 상징적인 날이어서 꼭 그날 기필코 해야 할 필요는 없지 않냐. 외려 두 사람이 같은 날 하면 너무 경쟁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25일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25일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25일 남 지사의 출마 선언에서도 다분히 유 의원을 의식한 발언이 나왔습니다. 남 지사는 바른정당 당사에서 출마선언식을 가진 뒤 오찬 장소에서 일문일답을 이어갔습니다. 여기서 그는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강조했습니다. 이 문구는 2015년 7월 8일 유 의원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날 때 박 대통령을 겨냥해 사용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유 의원이 원내대표 사퇴의 변으로 부각시킨 헌법 1조를 남 지사가 출마의 일성으로 사용한 것이죠.

이처럼 남 지사는 유 의원과의 경쟁 관계를 부각시키려 애를 쓰는 반면 유 의원은 남 지사를 애써 무시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두 사람의 지지율 역학 관계 때문이라는 게 정치권의 얘기입니다. 두 주자 모두 대선 지지율이 아직 미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유 의원이 남 지사에게 앞서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범여권 주자만 대상으로 한 여권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유 의원이 선두권에 있고 때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앞설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남 지사 캠프에서는 "일단 유승민부터 잡고 보자"는 말들이 나온다고 합니다. 남 지사가 유 의원과의 맞짱 토론에 열을 내는 이유인 것이죠. 아울러 남 지사 측으로선 두 사람간의 경쟁이 당내 경선 흥행 분위기를 띄우면서 바른정당의 존재감도 키우는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남 지사는 25일 대선 출마선언에서도 "유승민은 중앙정치만 경험해 문재해결을 해본 적이 없다. 유승민 주장은 담론 중심인데 공허하다"고 도발했습니다. 그러면서 “둘다 1~2% 지지율을 갖는 후보다. 지금은 폼 잡을 때가 아니다. 죽을 각오로 서로 부딪쳐야 한다. 싸워야 한다”면서 또다시 맞짱 토론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유 의원은 당내 경쟁보다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를 타켓으로 삼으며 더 큰 판의 경쟁을 원하고 있습니다. 유 의원은 26일 대선 출마선언에서 “야당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제가 보수 (단일) 후보가 되는 것”이라며 큰 싸움을 걸고 나섰습니다. 유 의원 측 관계자는 남 지사의 도발에 대해선 “우리가 대거리할 필요 있나요. 체급이 다른데”라며 말을 돌렸습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열린 창당준비회의에서 유승민(왼쪽)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열린 창당준비회의에서 유승민(왼쪽)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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