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46.3% 반대 45.7%... 1년 전 배치 찬성 74%에서 급감
탄핵 정국으로 정부 향한 불신 겹치면서 사드 역풍 우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놓고 국내외 잡음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국민 여론도 초반과 달리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안보논리를 앞세우지만,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증폭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반대 여론을 부추기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27일 아산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사드 배치 논의가 진행되면서 찬성보다 반대하는 국민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 다섯 차례에 걸쳐 만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사드 배치가 관심사로 떠오른 2015년 3월 첫 조사에서는 찬성 61.4%, 반대 20.3%로 절반이 훌쩍 넘는 국민들이 사드를 지지했다. 특히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2월 장거리미사일 발사 직후 조사에서는 찬성 의견이 73.9%로 나타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렇게 순항하는가 싶었지만, 지난해 7월 정부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갑작스럽게 사드 배치를 발표하면서 역풍을 맞았다. 발표 직후인 지난해 8월 실시한 세 번째 조사에서 사드를 배치할 경북 성주군을 비롯해 전국적인 여론이 들끓으면서 찬성은 53.6%로 줄고 반대는 36.3%로 증가했다. 그로부터 한달 후에 실시한 네 번째 조사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지난해 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촛불 시위로 분출되자 사드에 대한 여론도 급격히 반대 쪽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다섯 번째 조사에서 찬반 비율은 각각 46.3%, 45.7%로 비등하게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만 19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 변화 추이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다. 조사 결과 응답자 51%가 사드 배치에 찬성했고, 40%가 반대했다. 9%는 의견을 유보했다. 배치 찬성이 우세했지만 사드배치 공식 발표 직후인 지난해 7월 2주차 조사와 비교해보면 반대 의견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당시 찬성 50%, 반대 32%로 찬성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초반에 사드 배치 찬성에 손을 들었던 대다수 국민이 반대론자로 돌아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촛불 정국과 대통령 탄핵 국면 등 국내 정치 상황을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는다.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촛불 정국을 거치며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고 국민들의 이념성향에 변화가 생겼다”면서 “사드 배치에 대한 여론이 극적으로 변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한미간 합의 사항이니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 해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추이가 계속될 경우 정책 실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2012년 이명박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이유로 외교협정이 현실화 단계에서 중단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협정 체결 직전까지 끌고 갔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과 국내 밀실협상 논란이 맞물리면서 여론이 돌아서 막판에 무산됐다. 아산정책연구원의 강충구 박사는 “정부에 대한 반감과 소통 없이 정책을 강행한다는 비난이 맞물려 반대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사드 배치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국민과의 소통을 확대하고 지지를 확보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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