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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엘시시 ‘트럼프 동아줄’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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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엘시시 ‘트럼프 동아줄’ 잡기

입력
2017.01.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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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가 정치·경제 장악한 후

‘아랍의 봄’ 사라지고 정국 혼란

통화 불안정·서민경제 침체

대미 관계 해빙무드 만들기

엘시시 “트럼프 존경” 잇단 구애

내우외환 돌파 위한 승부수로

경제 침체와 정국 혼란 등 내우외환에 놓인 이집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계기로 자국 경제 활성화 및 국제 질서 재편을 꾀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압델 파타 엘시시(63) 대통령은 다른 중동 지도자들과는 달리 트럼프 취임을 반기고 있다. 엘시시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 활동 = 위협적인 지하드(비이슬람권에 대한 전쟁)’라는 공통 인식 하에 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엘시시 대통령은 실제로 대선 유세 중 무슬림에 대한 막말을 서슴지 않았던 트럼프에 대해 “유세 과정에서 나온 발언과 대통령으로서 수행하게 될 정책은 구분돼야 한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국민 9,000만명 중 대다수가 이슬람 수니파인 이집트의 지도자가 트럼프의 강력한 이슬람 대테러 정책을 적극 지지한 셈이다. 그는 국제적으로 빈축을 샀던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 발언에 찬성하기도 했고 지난 9월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했을 때에는 당시 후보 신분이었던 트럼프를 만나기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을 존경한다”며 “당선인이 중동 현안에 잘 이해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깊게 관여할 것으로 믿는다”고도 했다.

시계 제로… 국내외 문제

엘시시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미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집트는 2013년 당시 국방장관이던 엘시시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한 이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줄곧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다. 양국 관계가 경색되면서 미국은 이집트에 제공하던 연간 13억 달러상당의 군사 원조도 일시 중단했다. FT는 “오바마 정부와 각을 세웠던 엘시시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올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응원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경제적으로는 트럼프가 이집트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정치적으로는 엘시시 정권을 지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억압적인 국내 정치 분위기도 폭발 직전이다. 2011년 아랍의 봄 당시 이집트 청년들이 밤을 새워가며 시위를 벌였던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자유를 부르짖던 상인들도 사라진 지 오래고 개혁의지를 마음껏 표현하던 길거리 페인팅도 눈에 띄지 않고있다. 영국 BBC 방송은 “과거 무바라크 정권 시절에도 허용되던 집회ㆍ표현의 자유가 지금은 심각하게 억압받고 있다” 보도했다.

특히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 테러가 급증하면서 시나이 반도는 물론, 수도 카이로까지 위협받고 있다. 2014년 2월 한국인이 탄 관광버스가 시나이 국경도시 타바에서 폭탄 테러를 당했고 2015년 11월에는 시나이반도 북부 엘아리쉬의 ‘스위스인 호텔’에서 자살 폭탄 테러 및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해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달 11일에도 카이로 압바시야 구역의 콥트교(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기독교 종파) 교회인 성 베드로 교회 예배당에서 자폭 테러가 발생, 25명이 숨지기도 했다. IS는 이런 폭탄 테러가 모두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이집트에서 활동 중인 IS 조직원은 1,000~1,500명 정도로 추정되며, 시나이 반도는 물론 카이로와 서부 사막지대에도 세포 조직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시나이 반도는 지하드 조직의 거점이 되다시피 해 이제는 이집트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꼽힌다.

군부의 과도한 경제 개입…서민 경제난도 가중

정치 혼란과 치안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이집트 경제도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특히 군부가 각종 국가사업을 과도하게 장악해 이집트 정치ㆍ경제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집트는 경제 위기 돌파를 위해 이집트 행정수도 건설 및 수에즈 운하 확장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지난해 3월부터 카이로 동부에 추진되고 있는 700㎢ 규모로 행정수도 건설 계획은 7년간 450억 달러를 투자하는 엘시시 대통령 취임 후 가장 큰 경제 프로젝트. 이집트 민간 기업은 두 대형 프로젝트 중 어느 사업에도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지만, 군부 소유 업체들은 시멘트와 철강 분야 등에서 지난 2년간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엘시시 정권은 군부의 경제 개입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군부 추진 사업은 국내 경제를 활성화하거나 시장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추진되는 것이지 민간 분야와 경쟁해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엘시시 정권은 통화 불안정, 서민경제 침체 등 위기에도 직면하고 있다. 이집트중앙은행은 지난해 3월 자국 통화인 이집트파운드화 통화가치를 13% 평가 절하한 데 이어 같은해 11월 또다시 달러당 8.88파운드에서 13파운드로 48%나 절하했다. 고정환율제를 변동환율제로 전환해 시장 수요 공급 현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했고 부가가치세 확대, 전력 보조금 축소 등 일련의 뼈아픈 개혁을 단행했다. 고정 환율제를 포기한 것은 120억 규모의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 금융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관광산업 부진으로 이집트 외화보유고는 2011년 360억 달러에서 2016년 상반기 현재 195억 달러로 대폭 축소된 상태다. 미국 달러화 부족에 시달리는 이집트가 IMF의 요구를 외면하기는 힘들다. 2010년 이집트를 찾은 관광객 수는 1,470만명을 넘었지만 지난해 상반기엔 겨우 120만 명에 그쳤다. 2011년 25% 수준이던 빈곤층 비율은 2016년 27%로 늘었고, 청년 실업률도 높아지고 있다.

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일각에서는 “오는 2018년 엘시시 대통령의 재선 여부는 경제 활성화에 달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엘시시 측은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치는 인기투표 대회가 아니다”라며 반박하고 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강유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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