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노선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 지역인 서안지구가 중동 판도 변화의 시금석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로 이스라엘이 50년째 점거하고 있는 요르단강 서쪽 5,655㎢ 규모(동예루살렘 포함) 서안지구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 계획,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움직임 등이 포착되면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묵인 하에 서안지구의 자국민 정착촌 증축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2일(현지시간) 예루살렘시 당국은 동예루살렘에 유대인 정착 주택 566채를 신규 건설하는 안을 승인했으며, 이어 24일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서안지구 베이트 엘, 아리엘, 말레 아두민 정착촌 등에 2,500채에 달하는 대규모 주택 건설 계획안을 승인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반대 때문에 연기됐던 계획을 미국 정권 교체를 틈타 실행에 옮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 ‘두 국가 해법’(이ㆍ팔 독립국가의 평화공존체제 수립)에 회의적이었고 당선과 함께 대사관 이전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이스라엘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데이비드 프리드먼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 지명자는 이달 초 “이스라엘의 항구적 수도인 예루살렘에서 대사직을 수행하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길 의향을 내비친 바 있다. 서안지구에 일부 포함돼 있는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지역으로 세계 각국이 팔레스타인의 입장을 고려해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배치하지 않는 곳이다.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 변화로 미 동맹국들이 중동 무역ㆍ외교의 새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유엔은 현재까지 이스라엘 정부의 일방주의 노선을 견제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25일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에 대해 “두 국가 해법에 기초한 이ㆍ팔 평화 계획에 장애를 초래하는 일방적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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