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명절 휴일을 앞두고 26일 처가인 전주로 향했다. 길이 막히기 전에 아침 일찍 출발하려 했지만 3인 가족의 4박 5일 여행 짐을 챙기는 건 그리 만만치 않았다. 내비게이션 앱은 목적지까지 약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될 거라고 알려줬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착 예정 시간은 늘어날 것이 뻔하기에 서둘러 집을 나섰다. 우리 가족은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출발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전주까지는 주로 ‘외곽순환도로→영동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의 루트를 이용한다. 간혹 길이 너무 많이 막힐 때는 서해안고속도로로 우회하기도 하는데, 그 길도 정체는 마찬가지다. 이번 귀성길도 평소 애용하는 루트를 통해 달렸다.
외곽순환도로의 송내IC부터 조남분기점까지는 차량 흐름이 원활했다. 휴일 전날이라 고향 가는 사람이 아직 많지 않아 보였다. 서서울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영동고속도로에 차를 올렸다. 왼쪽의 서해안고속도로 진입로는 마치 주차장처럼 차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영동고속도로엔 유독 화물차가 많았다. 몇몇 화물차들이 3차선, 심지어 2차선까지 점령해 천천히 달리는 바람에 일부 구간에서 차량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다. 추월 차선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정속 주행하는 차들도 문제였다. 이 와중에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을 하며 추월하는 차들도 있었다. 다들 마음은 급하나 질서는 없어 보였다.
신갈분기점에서 경부고속도로로 갈아탔다. 차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왼쪽 버스전용차로에서 쌩쌩 달리는 버스와 승합차들이 부러웠다. 여러 지선에서 합류하는 차들이 늘자 가다서기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순간, 오른쪽 차선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모닝 한 대가 급정거하다 앞에 있는 레이의 뒤쪽 범퍼를 들이받은 것이었다. 다행히 가벼운 접촉사고였다. 모닝 뒤에 서 있던 차들은 순간 일사불란하게 좌우로 흩어졌다.
천안에 이르자 정체는 극에 달했다. 이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차들이 보였다. BMW 120d 쿠페, 토요타 벤자, 링컨 MKZ,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엉금엉금 기어갔다. 전광판이 최소 20㎞는 정체 구간이라고 알려줬다. 배가 고파왔고 허리가 아파졌다. 서두른다고 정체가 풀릴 것 같지는 않아 천안논산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 망향휴게소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시간이 지나자 정체는 더 심해졌다. 꾸역꾸역 천안논산고속도로에 진입했지만 남풍세 나들목부터 차령터널까지 정체는 이어졌다. 사실 이 구간은 평소에도 자주 막히는 곳인데, 신기하게도 언제나 터널 중간부터 정체가 풀린다. 이번에도 ‘터널의 마법’을 기대하며 ‘슬로 드라이브’를 즐겼다.
‘터널의 마법’은 이번에도 통했다. 차령터널을 벗어나자마자 차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50㎞ 거리를 4시간 동안 달리느라 쌓인 스트레스를 풀 시간이었다. 중천에 있던 해가 힘을 슬슬 빼며 옆으로 눕고 있었다. 다른 차를 추월하며 달릴 만큼 빠른 속도를 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달릴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제야 하얗게 눈 덮인 목가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4차선으로 된 호남고속도로에 들어서자 본격적으로 달릴 수 있었다. 정체는 끝났다.
드디어 전주에 도착했다. 휴게소에 들렀던 시간을 제외하고 총 달린 시간은 5시간 20분. 평소보다 긴 여정이었지만 내일부터 시작될 연휴에 마음은 피곤하지 않다. 집에 오니 좋다. 푸근하고 편안하고 반갑다. 지금 이 순간, 집으로 향하는 도로에 있는 모든 이들이 곧 느끼게 될 것이다. 모두 안전 운전 하시길.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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