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청소년 시국대회 주최했던
이대웅ㆍ이동형ㆍ정극항ㆍ정승호군
“현실 정치에 꾸준히 목소리 내야
기성세대와 소통 이뤄질 것”
“국정농단으로 인한 현 시국에 화가 났다.”(이대웅) “역사적으로도 혼란스러울 때 청소년의 사회참여가 활발했다.”(이동형) “저희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생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정극항) “아직 끝나지 않은 촛불집회에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정승호)
올해 고교 졸업을 앞둔 이대웅·이동형·정극항·정승호(19)군은 ‘군중: 청소년 시국선언단’을 조직해 지난달 17일 ‘부산 청소년 시국대회’를 개최한 당찬 10대들이다. 이날 집회에는 막 수능을 치른 고3 청소년 200여명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대웅군은 “국정농단 1차 청문회에서 기업 총수들의 뻔뻔한 태도에 화가 났다”며 “국회의원을 상대로 마치 ‘너희들이 어쩌겠나’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분노한 이군은 친구들에게 SNS로 “청소년 시국대회 기획단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즉시 10명 정도가 참여하겠다고 나섰다. 기획단의 이름은 군중, 군주를 무너뜨릴 수 있는 시민들의 의지라는 의미다. 군중의 ‘ㅇ’은 주먹을 형상화해 깃발에 그려 넣었다.
2학년 때 학생회 부회장을 지낸 이대웅군은 이동형군과 함께 대외협력, 총괄기획을 맡았고 공연에 관심이 많던 정극항군은 공연팀 섭외와 당일 행사진행을, 마당발 정승호군은 친구들에게 연락해 60명의 안전요원을 섭외했다. 각자 장기를 십분 살린 역할분담이었다. 이 밖에도 기획단 소속 청소년 6명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시국대회 당일 한 할아버지가 학생들에게 ‘빨갱이’라고 고함을 치기도 했단다. 그러나 군중 기획단은 청소년들이 현실 정치에 목소리를 내고 기성세대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동형군은 “몇몇 어른은 청소년들이 밤에 PC방에 가는 것보다 정치에 참여하는 걸 안 좋게 보는 것 같다”며 “어른들이 나무라기보다 청소년들의 생각을 들어 주고 잘못됐다면 조언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대웅군은 “청소년의 정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며 ‘법과정치’를 의무과목으로 정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반대한다”며 “청소년들은 정치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기 때문에 참여를 하지 않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현상이나 정치문제에 관심을 가질 틈도 없이 쫓기듯 공부하는 빡빡한 학사과정이 문제”라며 “오히려 반대로 시간이 있으면 청소년들의 참여는 더 늘어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