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64) KT 회장이 진통 끝에 사실상 연임에 성공했다.
KT 최고경영자(CEO)추천위원회는 26일 황 회장에 대한 자격 심사를 진행하고 그를 차기 CEO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KT는 31일 이사회를 열고 황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서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후 오는 3월말 예정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안건 의결만 거치면 황 회장은 2020년까지 KT를 이끌게 된다. 추천위는 “황 회장의 지난 3년간 경영 실적과 앞으로의 경영 계획을 심도 있게 검토한 결과 차기 CEO로 적합하다고 최종 판단했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2014년 취임 후 이석채 전 회장 시절 위성 불법매각, 고객 정보유출, 실적 하락 등으로 얼룩진 KT 경영 정상화에 주력해 왔다. 삼성전자 사장 시절 반도체 사업부를 지휘하며 “메모리 집적도는 1년에 두 배씩 증가할 것이다”라는 ‘황의 법칙’을 입증해낸 그의 경영 능력에 쏠린 기대도 컸다. ‘1등 KT’를 주창하며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을 단행한 황 회장은 2015년 3년 만에 KT 영업이익을 1조원대로 회복시켰다. 지난해 성적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이미 1조437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상승은 그의 연임에 결정적인 배경이었지만, KT를 둘러싼‘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이 막판 암초로 등장했다. 추천위는 관련 의혹에 대해 황 회장과 관계자들의 증언을 청취하며 심도있게 사실여부를 검토했고, 황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결정적인 결격 사유가 없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황 회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주요 과제로는‘외풍’으로부터 KT 독립성을 강화하고 5세대(5G) 상용화를 통한 통신 경쟁력 강화,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신산업 육성 등이다. KT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시범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청사진을 그려뒀다. 최근 진행한 조직개편에선 AI 전담조직도 신설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황 회장이 임기 중 가장 강조했던 말이 기가급 네트워크 세상을 연다는 ‘기가토피아’로 본업인 통신에 역량을 집중했고, 그 결과 좋은 실적도 올렸다”며 “연임은 이뤄졌지만 정치권력에 휘말려 떨어진 신뢰도 회복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번 추천위는 황 회장에게 “과감한 신성장 사업 추진과 함께 투명하고 독립적인 기업지배구조를 구축할 것”을 강조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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