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 간 장벽 건설을 강행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뿔난 멕시코’가 장벽 건설 비용을 부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멕시코는 트럼프 취임 후 발 빠르게 추진해온 정상회담 취소 검토에 들어가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국경장벽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미국의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를 규탄한다”고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장벽은 우리를 분열시킬 것”이라며 “멕시코는 이와 관련한 비용을 대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벽 문제로 멕시코 정부는 31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개최도 재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국경 장벽에 건설에 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상회담을 계획대로 추진할 경우 정치적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아르투로 사루크안 전 미국 주재 멕시코 대사는 “멕시코 국민은 대통령의 방미에 대해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고, 야당인 국가행동당의 리카르도 아냐야 코르테스 대표는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을 취소하든지, 아니면 정상회담에 참석해 국경 장벽 비용을 내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고 주장해온 트럼프는 25일 이를 시행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했다. 불법 이민자들의 유입을 막겠다는 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후 “건설 계획이 이미 진행 중이다. 건설 비용은 말했던 대로 멕시코가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는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것 외에도 미국 내 수백만 명인 불법 멕시코 이민자들을 추방하고,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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