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다음달 초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결정 후 일본이 돌파구 모색 차원에서 미ㆍ일 양자협정 체제로 전환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26일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조만간 전화 통화를 갖고 2월 초쯤으로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익명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회담일로 2월 10일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회담이 성사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국가 정상과 갖는 첫 정상회담이다.
아베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을 이처럼 서두르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TPP 탈퇴 결정 때문이다. TPP 핵심 참여국인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TPP 탈퇴 계획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아베 총리가 “트럼프를 만나 TPP가 갖는 전략적, 경제적 중요성에 대해 다시 이해를 촉구하겠다”고 밝히는 등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미국의 협정 탈퇴 결정을 공표한만큼 TPP 추진동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TPP 대신 양자무역협정(FTA)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일본도 이에 발맞춰 전략을 선회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양국 정상회담에서 TPP를 추진할 동력이 고갈됐다는 사실이 최종적으로 확인된다면 오히려 미일 FTA 논의가 부상할 수도 있다. 실제 아베 총리는 26일 국회 연설에서 호주와 FTA를 예로 들며 “(미국 정부에) TPP에 관해 피력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자무역협정인) 경제동반자협정(EPA)이나 FTA 논의가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자동차 산업 등에서 대일 무역적자 문제를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중 안보 전략 또한 양국 회담에서 중요한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일본 측은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거점화,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미일 양국 간 긴밀한 연대를 강화할 계획이다. 다음달 3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이뤄지는 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논의된 안보 전략을 정상 차원에서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미 대선 직후 뉴욕 트럼프 타워를 찾아 당선인 신분 트럼프와 이미 한차례 회동을 가졌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 측 우선 순위에서 밀리며 일정이 늦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 앞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27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31일) 등과 정상회담 일정을 잡았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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