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선 돌파 후 18년 만에 2만 고지 돌파
트럼프 랠리에 증시 고공행진…거품 우려도
미 증시 ‘나 홀로 호황’ …각국 증시는 안갯속
미국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5일만에 사상 첫 2만선 돌파라는 축포를 쐈다.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25일(현지시간) 전날보다 155.80포인트(0.78%) 오른 2만68.51에 장을 마쳤다. 1999년 처음으로 1만선을 넘어선 지 18년 만에 2만대 고지를 밟았다. 지난해 11월22일 1만9,000선을 뚫은 지 불과 42거래일 만이다. 이날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도 각각 2,298.37과 5,656.34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 증시의 상승 동력은 작년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데 따른 경기부양 기대감에 있다. 당선 후 다우지수는 이날까지 8% 가까이 가파르게 올랐다. 연초 이후 트럼프 취임 직전에는 상승세가 다소 주춤했었지만 20일 취임 이후 경기부양책이 쏟아지자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키스톤XL 송유관과 다코타액세스 대형 송유관 사업을 재개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시장은 이 같은 행보가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는 등 성장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지표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 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5.1을 기록, 시장 예상치(54.5)를 웃돌며 2015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경고도 나온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향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등이 주가를 끌어내릴 소지도 크다. 루스 쾨스터리치 블랙록 펀드매니저는 “달러 강세와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향후 미국 수출 등에 어떤 영향을 줄지 불확실한 상태”라며 “향후 주가가 계속 고공행진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 증시 호황이 한국 등 각국 증시에 호재가 될 지도 미지수다. 미국 다우지수가 올 들어 25일까지 0.94%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우리나라(2.01%)를 비롯 일본(2.73%) 독일(1.79%) 중국(0.43%) 등 각국 증시도 올랐다. 그러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이탈 결정, 환율조작국 지정 등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미국을 제외한 각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 미 증시만 ‘나 홀로 활황’을 누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단기적으로는 미 증시 호황에 따라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겠지만, 미국 기업에만 유리한 정책이 현실화하면 주변국 경제는 오히려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향후 미국의 경제 정책 방향에 따라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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