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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불에는 불로…물고문 못할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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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불에는 불로…물고문 못할 이유 없다”

입력
2017.01.2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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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물고문을 허용 주장에 대한 설명자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물고문을 허용 주장에 대한 설명자료.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횡포에 가까운 정책들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걸 넘어 ▦고문 허용 ▦난민 불허 등 인류 보편의 윤리와 인권을 짓밟는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 대선 후보시절 극우 성향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려고 내놓았던 과격한 공약까지 이행하겠다고 나서면서,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에서도 강력한 비판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됐다.

25일 뉴욕타임스와 AP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출신 무슬림 난민의 수용을 무기한 중단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곧 서명할 방침이다. 또 언론 인터뷰에서 테러범에 대한 물고문 허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 및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행정명령 서명을 위해 국토안보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잇따라 고문 부활 가능성을 시사했다. ABC 인터뷰에서 그는 “참모들의 입장을 경청할 것”이라면서도 “정보기관의 최고위 인사들로부터 고문이 효과적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중세 이후 누구도 듣지 못했던 짓을 하는데, 내가 ‘워터보딩’에 대해 끌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불에는 불’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터보딩’은 얼굴에 천을 씌우고 물을 부어 호흡을 힘들게 하는 방식의 고문이다. 국토안보부에서도 취재진과 만나 “IS는 중동에서 기독교, 이슬람교 등 종교 때문에 시민을 처형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공평한 경기를 하고 있지 않다”고 물고문의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또 국외에서 고위급 테러리스트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과거 중앙정보국이 운영한 해외 비밀감옥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 초안도 언론에 공개됐다. ‘블랙 사이트’로도 불리는 CIA 비밀감옥은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지 6일 만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가해 미국과 국외 여러 곳에 설치됐다. 그러나 용의자 강제 억류와 고문 논란으로 국제사회에서 인권침해 비난이 끊이지 않았고,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9년 취임하자마자 폐쇄했다. 초안에는 테러 용의자에 대한 심문 방식 재검토를 권고하는 내용과 함께 쿠바 관타나모 테러 용의자 수용소를 유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행정명령 초안 내용이 알려지자, 인권유린에 대한 우려로 정파를 가리지 않는 반대 목소리가 쏟아졌다. 베트남전에서 전쟁 포로로 고문을 당했던 존 매케인(공화) 상원의원은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대통령은 원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할 수 있지만, 법은 법이다”라며 “미국에서 다시 고문이 도입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그 길은 잘못된 것이며, 미국인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중 시리아 난민 수용을 무기한 중단하고, 다른 국가 출신 난민에 대한 심사도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키로 한 것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뉴욕타임스는 테러범 유입 우려를 이유로 이란,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예멘 등 무슬림이 다수인 7개국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을 최소 30일간 중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단 기간에는 ‘국익’에 해당할 때만 사안별로 심사해 난민을 예외적으로 받아들일 방침이라며, 보편적 인권에 위반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취임행진 장소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 폭력시위를 취내하던 언론인 6명이 체포되는 등 언론의 자유 훼손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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