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 후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운영한 ‘비밀감옥’ 부활,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존치 등을 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테러 관련 행정명령 초안이 공개됐다.
25일(현지시간)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행정명령 초안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테러 용의자에 대한 심문 방식 재검토를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국외에서 고위급 테러리스트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과거 CIA가 운영한 구금시설인 비밀감옥을 사용하는 방안이 담겼으며, 쿠바 관타나모 테러 용의자 수용소를 유지할 것도 권고했다. 권고안은 “미국 법률은 항상 준수돼야 하며, 법률은 고문을 금지하고 있다”고 적시해, 구금시설은 미 국외에 설치돼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초안 그대로 수용해 행정명령에 서명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블랙 사이트’로 불리는 CIA 비밀감옥은 2001년 9ㆍ11 테러 발생 6일 만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미 국내외에 설치됐다. 그러나 테러 용의자 강제 억류와 고문 논란으로 국제사회에서 인권침해 비난이 일었고,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직후 폐쇄를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 “미국법이 물고문을 포함해 고문을 허용하도록 확장되길 바란다”며 물고문 재도입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그는 당선인 시절 "매우 위험한 인물들이 다시 전쟁터로 되돌아가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며 관타나모 수용소 존치 의지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국토안보부에서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기자들에게 “불에는 불로 맞서야 한다”며 고문 재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급진단체는 중동에서 기독교, 이슬람교 등 종교 때문에 시민을 처형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는 지금 공평한 경기를 하고 있지 않다”며 “고문 전술을 사용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행정명령 초안이 공개되자 CIA 비밀감옥 부활 시 고문 등 인권 유린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반대 목소리가 쏟아졌다. 베트남전에서 전쟁포로로 고문을 당했던 존 매케인(공화)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 “대통령은 원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할 수 있지만, 법은 법”이라며 “미국에서 다시 고문이 도입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잘못된 길”이라며 “미국인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반대했다.
한편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행정명령 초안에 대해 출처가 불명확하다며 백악관 문서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