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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ㆍ法, 영장 발부 놓고 기싸움

입력
2017.01.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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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비자금 수사 때 릴레이 기각

결국 남기춘 지검장 옷 벗어

법조계에는 검사의 공소장은 ‘답안지’, 판사의 판결문은 ‘성적표’라는 얘기가 떠돈다. 검사가 제출한 답안지를 판사가 일일이 채점해 선고 결과로 수사 성적을 낸다는 말로, 그만큼 양측은 구속영장 발부를 두고 알게 모르게 자존심을 건 잦은 충돌을 빚어왔다.

2015년 4월 86억원 상당의 해외원정도박 및 300억원대 배임 혐의를 받던 장세주 전 동국제강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과 법원 사이에 싸늘한 기운이 흘렀다. 특히나 장 전 회장이 영장실질심사 당일인 27일 오전, 횡령자금 105억원을 변제한 사실이 영장기각 사유로 참작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은 “‘유전불구속 무전구속’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했고,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장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징역 3년6월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3년이 넘는 징역형이 내려질 사람을 구속조차 못하게 한 것”이라며 검찰의 기세는 높아졌지만, 법원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법원의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으로 수사에 제동이 걸리면서 검사장이 옷을 벗은 사례도 있었다. 2010년 서울서부지법은 한화그룹 비자금 수사를 하면서 핵심 피의자인 홍동옥 전 그룹 재무총책임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의 문턱은 높았다. 홍씨를 비롯해 한화 임원 7명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결국 2011년 1월 수사를 지휘하던 남기춘 당시 서울서부지검장은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역풍에 휘말리면서 사임했다.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김승연 회장이 2012년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수사팀의 명예가 일부나마 회복됐지만 법원의 ‘릴레이 영장 기각’으로 인한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2015년 6월에는 법원이 불법집회 주도 혐의 등으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청구한 체포영장을 기각하자 검찰은 “한 위원장이 13번에 걸쳐 수사기관 출석 요구에 불응했는데 법원이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힌 부분을 이해할 수 없다”며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영장실질심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구속을 둘러싸고 검찰과 법원이 기(氣)싸움을 벌여왔다”며 “지금과 같은 제도가 그대로 살아 있는 한 양측의 신경전은 필연”이라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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