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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직 준비해?” 눈총받고 “복직 후 자리 있을까”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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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직 준비해?” 눈총받고 “복직 후 자리 있을까” 불안

입력
2017.01.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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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해서 맘 먹었는데

상사는 게으른 사람 취급

부모마저 “내 아들은 안돼”

다른 엄마들과 친해지고

아내 고통 이해하며 극복

“쉰다고 생각하면 후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딸이 태어나자 2개월간 육아휴직을 선언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처럼 회사를 쉬면서 자녀를 돌보는 남성이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는 2010년 819명에서 2016년 7,616명으로 꾸준히 늘었고,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 비율도 같은 기간 2.0%에서 8.6%으로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남성 육아휴직자 숫자가 여전히 미미한 데다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기업들의 시선도 곱지 않아 복직 후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적잖다. 육아휴직을 사용했거나 현재 육아휴직 중인 젊은 아빠들의 애환을 들어봤다.

“아내 우울증 이해돼요…육아(育兒)는 육아(育我)”

공무원 A(36)씨는 2010년 3월 딸이 태어나자 그 해 8월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맞벌이하는 아내가 다니던 중소기업은 인력이 부족해 90일의 출산휴가에 더해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충남 홍성군의 집과 근무지인 서울을 오가며 주말부부 생활을 했던 그는 “양가 부모님 모두 경제활동을 하고 있어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며 “내가 육아휴직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육아휴직 한 달 전부터 직장에 사정을 설명했지만, 당시만 해도 남성의 육아휴직이 드물었기 때문에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A씨의 소속 팀장은 “30년 넘게 근무하면서 남자가 육아휴직 하는 것 처음 봤다”며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하는데, 밥은 할 줄 아냐”고 할 정도였다. 동료들도 “자격증 따서 이직하려는 것 아니냐”, “쉬면서 해외여행 다니려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심지어 A씨의 어머니(63)마저 “남자가 어떻게 일을 안하고, 집에서 쉬면서 애를 볼 수 있냐”며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런 상황을 방송에 알리겠다”고 못마땅하게 여겼다.

A씨는 “직장 상사와 동료들이 배려해 준 덕에 임용된 지 2년밖에 안된 초년병이었는데도 휴직할 수 있었다”며 “다행스럽게 후임자가 충원되면서 업무 공백도 없었다”고 말했다. 어머니에겐 “아이는 부모가 직접 키워야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다”는 논리를 펴며 설득했다.

그러나 아이 밥 먹이고 기저귀 가는 일과 빨래, 청소 등 집안일까지 도맡아 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아이에게서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고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봐야 하는 게 제일 어려웠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정말 행복하긴 한데, 가끔씩 힘들 때 하소연하고 내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대화 상대가 없으니까 외롭더군요. 혼자 ‘독박육아’를 하는 주부들이 우울증을 앓는 이유, 작은 일에도 짜증을 내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주변의 시선도 부담스러웠다. 특히 아이를 등에 업고 외출하면 길에서 만난 이웃 주민들이 한참을 쳐다 볼 정도로 ‘특별한 존재’였다. 초중고교 동창들은 A씨를 부러워하면서도 경계했다. 아내가 A씨 사례를 거론하며 육아와 살림을 도와달라고 채근해 괴롭다는 이유였다. 아이 키우는 주부들에게는 대환영을 받았지만, 남자들에게는 ‘공공의 적’이 된 것이다.

그는 이런 어려움을 아이를 키우는 다른 엄마들과 친해지면서 극복해 나갔다. 살림과 육아 정보를 공유하고, 가끔씩 고민도 털어 놓을 대화 상대가 생긴 게 큰 도움이 됐다. 심지어 엄마들의 추천과 전폭적인 지지로 아파트 동 대표에 당선된 뒤 아파트 전체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까지 맡게 됐다.

당초 1년의 육아휴직을 계획했다가 사정이 생겨 8개월 만에 복직한 그는 ‘육아휴직 전도사’가 됐다. A씨는 “남자들이 육아휴직을 해봐야 자신을 힘들게 키워준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과 육아 때문에 발생하는 아내의 고통을 알게 된다”며 “자식에 대한 사랑과 가정생활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어, 육아(育兒)는 내가 성숙하는 육아(育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기가 가장 먼저 배운 말 ‘아빠’

2014년 2월 이란성쌍둥이를 낳아 1남1녀를 얻은 대기업 직원 B(39)씨도 아내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한 직후인 2015년 3월부터 1년간 육아휴직 했다. 그 역시 양가 부모들이 아기 2명을 동시에 돌보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고, 보육 도우미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아 육아휴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회사에선 B씨 이전에 6개월간 육아휴직한 남자 직원이 있긴 했지만, 1년간 휴직한 건 그가 처음이었다. 다만, A씨와 달리 그의 빈 자리를 채워줄 대체 인력 충원이 되지 않아 그의 업무는 고스란히 팀 동료들에게 떠넘겨졌다. B씨는 “혹시나 있을지 모를 유ㆍ무형의 불이익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회사의 배려로 아이를 직접 돌보며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B씨는 1년간 아이들을 돌보면서 자녀들이 ‘아빠’라는 말을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 엄마가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엄마’라는 말을 먼저 배우는데, 우리 아들 딸은 제일 먼저 한 말이 ‘아빠’였다”며 “그때는 굉장히 신기했지만, 육아가 워낙 힘들어서 솔직히 좋은 줄도 몰랐다”며 웃었다.

B씨는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남성들에게 육아와 살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엔 내가 어떻게 출근하는 아내 밥을 차려주고, 24시간 내내 아이들을 돌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부딪히면 안 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은 B씨를 살림꾼으로 만들었다. 복직한 지 약 1년이 지났지만 그는 요즘도 퇴근 후 귀가하면 다음날 아침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집안 청소까지 한다. B씨는 “아내가 직장 생활과 집안 일을 병행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퇴근해 집안 일을 돕게 된다”고 말했다.

“복직 후 불이익이 걱정”

현재 육아휴직 중인 공기업 직원 C(34)씨는 복직을 앞두고 마음이 불안하다. 혹시라도 인사와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휴직하기 전 상사가 부서 직원들이 모두 모인 식사자리에서 자신에게 “너는 왜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느냐”고 물었던 게 마음에 걸렸다. 육아휴직을 업무 기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는 양가 부모와 모두 멀리 떨어져 살기 때문에 육아에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아내도 육아휴직 후 복직을 하게 되면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C씨는 “매일 새벽 6시30분에 출근해 저녁 9시30분에 귀가하는 생활로는 육아를 전혀 책임질 수 없어 고민 끝에 육아휴직 이야기를 꺼냈는데 ‘놀기 위한 휴직’으로 받아들여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에는 아이 1명 키우는데도 생활비 교육비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가 맞벌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여성 경력단절 방지와 남녀 육아 분담 등을 위해서라도 남성의 육아휴직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C씨는 “우리 보다 높은 연배의 상사들은 가정보다 회사 생활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생각이 많이 다른 것 같다”며 “복직 후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지만, 일을 열심히 하는 걸로 해결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 생활의 탈출구로 육아휴직을 선택하려는 젊은 아빠들에겐 “휴식을 위한 육아휴직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집 안에서 아이 키우는 게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3개월 이후부터는 일하는 것 보다 육아와 살림이 훨씬 힘들었어요. 그래서 친구나 지인이 ‘회사생활 골치 아프니 육아휴직이나 하겠다’고 하면 경험을 얘기해주면서 오히려 말립니다. 육아휴직이 꼭 필요한 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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