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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직원 복장 규정… 아직도 이런 회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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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직원 복장 규정… 아직도 이런 회사가

입력
2017.01.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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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길이는 무릎선 정도

정장용 힐 높이는 4~7㎝

메이크업은 색조까지 꼼꼼

10개 항목 19개 세세한 지침

남자 직원은 간단한 복장 규정

직원들 “어이가 없다” 헛웃음

‘정장용 구두 힐 높이는 4~7㎝, 메이크업은 기초 화장과 색조(섀도우, 립스틱, 볼터치)까지 꼼꼼하게.’

국내 한 증권사가 최근 까다로운 복장 규정을 담은 지침을 내려 직원들이 발끈하고 있다. 특히 여성 직원들에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체적이고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성차별 논란으로 번질 조짐이다.

서울 여의도에 본사를 둔 A증권사는 지난 19일 사내 게시판에 직원들의 ‘정장 드레스 코드(복장 규정)’를 공지했다. 본보가 입수한 이 증권사의 ‘여직원 정장 드레스 코드’에는 정장 스타일, 머리(헤어), 치마, 화장(메이크업), 매니큐어 등 10개 항목, 19개의 준수사항이 제시돼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여성 직원들은 반드시 투피스 형태의 정장을 입어야 하고, 부득이하게 원피스를 입어야 할 때는 반드시 단추가 달린 재킷을 별도 착용해야 한다. 치마의 길이는 무릎선 정도로 제한했다. 화장은 기초화장은 물론 색조 화장까지 꼼꼼하게 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머리의 경우 ‘어깨선 위 단정한 단발’ ‘머리띠 착용 지양’ 등 중ㆍ고등학교 학생인권조례에서조차 거부하고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복장 규정이 유독 여성에게만 가혹하다는 점이다. 남성 복장에 대해서는 ‘노타이 정장 원칙에 콤비(혼합정장) 금지’ 정도만 명시돼 있다. 이 규정은 영업, 애널리스트(조사 분석 담당자), 사무 보조 인력 등 모든 직원에게 공통 적용된다.

직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25일 오전 본사로 출근하던 한 여성 직원은 “아무리 고객을 상대하는 증권사라지만 너무 옛날 방식이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직원은 “화장처럼 개인의 피부상태나 취향에 따라 안 할 수도 있는 부분까지 지침을 내린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회사측은 “2010년 유니폼에서 정장 착용으로 바뀔 당시 만든 복장규정을 재공지한 것일 뿐”이라며 “권고사항이며 강제성은 없다”고 해명했다.

여성 직장인들에 대한 이런 차별적인 복장 규제는 해외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하이힐을 신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접수원을 해고한 뒤 구설에 오르자 지난해 6월 복장규정을 완화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의회 산하 여성평등위원회는 24일(현지시간) 이 접수원의 청원에 따른 보고서에서 “수백명의 여성들이 직장 내에서 장시간 하이힐 착용에 따른 고통을 겪고 있고, 지속적으로 화장을 덧칠하라는 지시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2013년 인권위가 아시아나항공이 여성 승무원들의 바지 착용을 금지한 것을 시정하라는 권고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복장 규정 자체가 낡은 사고이며 무엇보다 남녀가 동등한 근로자라는 고민 없는 성차별적 요소를 담는 규정은 문제”라며 “근무 평가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는 외적 지침을 내리기보다 서비스에서 상대방을 진정성 있게 대하는 태도 등을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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