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나달(31ㆍ스페인)이 ‘빅4’의 자존심을 지키며 2017 호주오픈테니스대회 단식 4강에 진출했다.
나달은 2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남자단식 8강전에서 캐나다의 강호 밀로스 라오니치(27)를 세트스코어 3-0(6-4 7-6<7> 6-4)으로 꺾고 준결승에 안착했다. 이로써 나달은 그리고르 디미트로프(25ㆍ불가리아)와 결승 길목에서 만나게 됐다. 나달은 최근 고질적인 무릎부상으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부활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2015년 프랑스오픈 8강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4강에 진출한 나달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남자테니스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2009년 이 대회 챔피언 나달이 우승 고지를 재탈환하면 1968년 테니스 오픈 시대 이래 처음으로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두 차례 석권하는 첫 선수(오픈시대 이전까지 포함하면 로이 에머슨, 로드 레이버 이후 세번째)가 된다. 나달은 프랑스오픈에서 9회, 윔블던 2회, US오픈 2회, 호주오픈에서 1회 정상에 올랐다.
결승 티켓을 놓고 만나는 디미트로프와 상대전적은 나달이 7승1패로 앞서 있다. 앞서 디미트로프는 8강전에서 다비드 고핀(27ㆍ벨기에)을 세트스코어 3-0(6-3 6-2 6-4)으로 일축하고, 2014년 윔블던 4강 이후 3년 만에 메이저대회 준결승에 올랐다. 디미트로프는 대회 2회전에서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1ㆍ한체대)을 3-1(1-6 6-4 6-4 6-4)으로 꺾은 데 이어 리샤르 가스케(18위ㆍ프랑스), 데니스 이스토민(119위ㆍ우즈베키스탄)을 연파하며 8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이날 고핀마저 따돌리고 생애 첫 호주오픈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디미트로프는 2014년 호주오픈 8강에 진출한 게 대회 최고 성적이었고, 그 해 윔블던에선 준결승까지 올라, 차세대 스타로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특히 테니스 기량보다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의 옛 애인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둘은 2013년부터 교제하기 시작해 2015년 여름에 헤어졌다. 샤라포바와 헤어진 지 1년 반이 돼가는 그는 “나의 경험을 통해 스스로 배웠다고 말하고 싶지 않지만 실제로 많이 배운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또 사랑에 빠지게 된다면 (예전의 경험이)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테니스와 사랑, 두 가지를 동시에 잘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도 했던 그는 마침내 성적으로도 주목 받게 됐다.
여자단식 준준결승에서는 미르야나 류치치 바로니(79위ㆍ크로아티아)가 카롤리나 플리스코바(5위ㆍ체코)를 2-1(6-4 3-6 6-4)로 꺾고 18년 만에 메이저대회 4강에 진출했다. 올해 35세인 류치치 바로니는 1999년 윔블던 4강까지 올랐지만 이후 부상과 개인적인 문제 등이 겹치면서 2002년 US오픈 1회전 탈락을 끝으로 메이저대회에서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사실상 선수 생활을 휴업했던 그는 2007년부터 다시 코트로 돌아왔고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보다 등급이 낮은 국제테니스연맹(ITF) 서키트 대회 위주로 활약하며 랭킹 포인트를 쌓기 시작했다. 그는 2006년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가정 폭력 등에 시달렸던 아픈 과거를 털어놓기도 했다.
류치치 바로니는 2010년 윔블던을 통해 메이저 무대에 복귀했다. 당시 1회전에서 탈락했지만 이후로는 꾸준히 투어 활동을 했고, 2014년 US오픈에서는 16강에 오르기도 했다. 1998년 2회전 진출이 최고 성적일 정도로 유독 인연이 없던 호주오픈에서도 이번에 4강까지 오르는 파란을 연출한 것이다.
류치치 바로니는 4강에서 서리나 윌리엄스(2위)를 상대한다. 윌리엄스는 이어 열린 8강전에서 조안나 콘타(9위ㆍ영국)를 2-0(6-2 6-3)으로 제압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준우승한 윌리엄스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안젤리크 케르버(독일)의 랭킹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다. 이로써 여자단식 4강은 윌리엄스와 류치치 바로니, 윌리엄스의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17위)와 코코 밴더웨이(35위ㆍ이상 미국)의 대결로 압축됐다. 윌리엄스 자매가 준결승에서 나란히 승리할 경우 2009년 윔블던 이후 8년 만에 메이저대회에서 자매 결승 맞대결이 성사된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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