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에서 30년 넘게 장사했지만 설대목에 이렇게 손님이 없기는 처음입니다.”
민족 대명절 설을 이틀 앞둔 25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는 물건 파는 고함 소리 대신 한숨만 가득하다. 1지구에서 옷을 파는 손모(76)씨는 설을 대비, 물건을 가득 들여 왔지만 하루에 한, 두 장 파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지난해 11월30일 4지구 화재 후, 새 옷을 보여줘도 “옷에서 불 냄새가 나는 것 같다”며 고개를 젓는 손님들로 허탕 치는 일이 많았다. 예년이면 설을 앞두고 오후 7시 넘게 가게마다 환하게 불을 밝혔지만, 올해는 오후 5시만 되면 문 닫는 가게들이 많다. 손씨는 “4지구 안전펜스가 앞을 턱하니 막고 있어 우리 가게를 찾지 못해 돌아가는 손님도 많다”며 “빠른 복구가 절실하다”고 하소연했다.
서문시장이 사상 최악의 설대목 경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인근 베네시움이 화재가 난 4지구 대체상가로 확정되면서 건물 시설보수와 4지구 철거, 복합개발 의견 수렴, 야시장 재개장 등 현안 해결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24일 개별 소유주 716명 중 143명 참석과 500명의 서면 동의로 열린 베네시움 임시총회에서는 ▦베네시움 관리규약 변경 ▦관리인 선임 ▦감사ㆍ관리위원회 위원선출 ▦대체상가 상가유치 및 임대차계약 체결권한 위임 ▦베네시움 시설보수공사체결 및 처리 권한 위임 등 5개 안건이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됐다. 손성봉 베네시움 관리단 대표는 “서문시장 4지구 분들께 위로의 말을 전하며 원활한 복구를 위해 돕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와 4지구 비상대책위원회, 베네시움 등은 통과된 안건을 토대로 임대료와 수리비, 관리비 등 세부사항 논의를 시작했다. 대체상가 입주는 베네시움 내부공사 등이 완성되는 3~4월에 가능하다. 불탄 4지구 상가는 2월부터 철거에 들어간다.
노기호 4지구 비상대책위원장은 “화재 후 상인들은 높은 임대료를 주고 다른 상가로 옮기거나 좌판을 펼쳐 판매하는 등 고생이 많았다”며 “단 돈 1,000원이라도 당장 버는 것이 시급한 만큼 빠른 시일 내 베네시움에 입주할 수 있도록 협상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두 달 가까이 닫혔던 야시장 재개장도 2월부터 본격 논의된다. 서문시장 활력에 큰 몫을 차지했던 야시장인 만큼 서문시장 재개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서문시장을 화재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고 명품시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복합개발 안에 대해서도 지구별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키로 했다.
정기영 대구시 민생경제과장은 “빠른 시일 내로 베네시움 입점추진과 야시장 재개, 복합개발 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상인들도 서문시장 활성화를 위해 야시장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만큼 2월 중 재개장 할 수 있도록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서문시장 동산상가에서 옷을 파는 A씨는 “화재 후 거래처로부터 ‘망하지 않았냐’는 문의전화가 오기도 했다”며 “4지구가 빨리 안정화해 서문시장이 제 자리를 찾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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