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에 원시인 이색조형물 제작한 이제석의 ‘광고철학’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희열’ 느낄 수 있는 공익광고에 애정
최근 대구 달서구 진천동 선사유적공원 일대에 원시인 이색조형물을 제작, 눈길을 끈 이제석(35)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
이 대표는 24일 대구 달서구청에서 “우리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오랜 세월을 살아 왔던 만큼 잊고 지냈던 2만년의 역사를 ‘날 것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원시인 이색조형물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아이폰보다 뗀석기가 더 위대한 발명인데 사람들이 그저 돌멩이로만 여기는 게 안타깝다며 ‘문명 속 비문명’을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남들과 많이 달랐다. 그는 고교 시절 만화만 그리다가 “그림으로도 4년제 대학갈 수 있다”는 말에 벼락공부를 했다. 하지만 2005년 계명대 시각디자인과를 4.5 만점에 평점 4.47로 수석 졸업하고도 취업에서는 번번이 낙방했다.
그는 그러나 2006년 9월 미국 뉴욕의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School of Visual Arts)’에 편입하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마련했다. 재학시절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뉴욕 원쇼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 광고계의 오스카상인 클리오 어워드 동상 등 내로라하는 국제광고제에서 단 1년 만에 29개의 메달을 따 ‘광고천재’ 소리를 듣게 된다.
미국의 최고 광고회사인 JWT와 BBOD 등 6곳을 종횡무진하던 그는 돌연 광고 엘리트 코스를 박차고 2009년 귀국, 서울 마포구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광고연구소를 열었다. “평소 꿈꾸던 광고를 만들고 싶었다”는 게 귀국 이유다.
그가 제작한 300여 개의 작품은 대부분 공익광고다. 자본의 무한경쟁 시대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탈행위지만 광고 제작에 관한 한 그의 기준은 분명하다. 바로 ‘희열’이다.
“광고 작업 하나마다 전력을 다하기 때문에 작품이 끝나면 수명이 깎이는 걸 느낀다”는 이 대표는 “생명과 바꿀 만큼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광고가 아니면 작업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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