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와 청주시가 KTX 세종역 설치 명분을 차단한다는 취지로 KTX오송역~세종정부청사 간 택시 요금을 대폭 인하키로 했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얽힌 세종시와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요금 인하를 추진, 세종지역 택시업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등 논란을 부르고 있다.
충북도와 청주시, 청주지역 개인·법인 택시운송사업조합은 25일 충북도청에서 오송역 택시요금 체계 개편 협약을 했다. 협약은 오송역~세종정부청사(어진동) 구간 택시요금의 복합할증(35%)을 폐지하는 게 골자다. 복합할증은 도농 복합지역에서 읍·면지역 공차 운행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청주 택시운송사업조합은 홍보 기간을 거쳐 2월 20일부터 복합할증이 폐지된 요금을 받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송역~세종청사 구간의 택시 요금은 평균 2만 360원에서 복합할증 분(4,720원)을 뺀 1만 5,640원으로 인하된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이번 택시 요금체계 개편으로 KTX세종역 설치 명분이 크게 약화할 것으로 기대를 거는 눈치다. KTX세종역 신설을 밀어부치고 있는 세종시가 역 설치 이유의 하나로 오송역~세종청사간 택시 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점을 들었기 때문이다. 세종지역 정치권에서는 “서울~오송역 KTX요금(1만 8,500원)보다 오송역~세종정부청사 택시요금(2만 360원)이 비싸 KTX세종역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충북도는 “택시요금 인하로 세종역 신설 명분을 차단하는 동시에 시민의 교통 편익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다분히 일방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택시 요금체계 개편 과정에서 세종시와의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향후 지역간 마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애초 오송역~세종청사 구간 택시요금 개선 논의에 나섰던 세종시는 지난해 11월 충북도·청주시와 실무자 협의를 앞두고 불참을 통보한 뒤 도중 하차하고 말았다.
세종시는 지역 택시업계의 반발로 택시요금 개편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 택시업계는 귀로(歸路)영업이 허용되면 청주 택시가 세종까지 진출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청주에서 영업중인 택시는 4,145대로 이중 오송역이 근거지인 택시만 100대가 넘는다. 총 282대에 불과한 세종 택시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북도는 이번 복합할증 폐지에 맞춰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오송역과 세종청사 구간을 ‘청주·세종 공동사업구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국토교통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청주 택시가 세종청사 부근에서, 세종 택시는 오송역 부근에서 영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지금은 택시가 상대방 지역에서 주·정차해 고객을 태울 수 없다.
충북도 관계자는 “오송역~세종청사 구간 택시 요금이 불합리하다는 데는 청주시와 세종시 모두 이견이 없지만 세종지역 업계의 반발이 커서 원만한 협의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아무튼 이번 청주지역 택시업계의 복합할증료 폐지 결정은 세종역 신설 백지화와 충청권 균형발전을 바라는 도민의 결집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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