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가 딸이라는 소문
끔찍하고 저질스런 거짓말
태극기 시위, 가슴 미어져
누드 그림, 한국정치 현주소”
자기 입장만 일방적 강변
떠난 민심 돌아설지 의문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보수논객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해명하고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인터넷 방송 ‘정규재TV’를 통해 1시간여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번 국정논단 의혹에 대해 “한마디로 거짓말로 쌓아 올린 거대한 산”이라며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고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전했다.
언론 앞에서 침묵하던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작심한 듯 특검 수사를 공격한 데 이어 박 대통령까지 “그동안 진행과정을 보면 오래 전부터 기획된 것이 아니냐는 점을 지울 수 없다”며 반격에 가세하자 지지층 결집용으로 계산된 여론전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박 대통령은 “태극기 시위에 나온 분들은 자유 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법치를 수호하기 위해 고생을 무릅쓰고 나온다”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라고 ‘태극기 민심’에 적극 호소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정유라씨가 자신의 딸이라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서는 “정말 끔찍한 거짓말, 저질스런 거짓말”이라고 했다. 특검이 자신과 최씨의 관계를 ‘경제적 공동체’라고 규정한 데 대해서는 “엮어도 너무 엮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촛불시위는 광우병 시위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선 “둘 다 근거가 약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최근 국회에서 자신을 풍자한 누드그림 논란에 대해선 “죄 의식도 없이 쉽게 하는 걸 보면서 한국정치의 현주소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날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늦어도 3월 13일 이전까지는 탄핵심판 결정을 끝내겠다고 발표하면서 박 대통령이 부랴부랴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박 대통령이 설 명절 연휴를 이틀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설 민심 여론전을 전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의 사익 추구는 전혀 몰랐다”면서 “정유라의 이름이 바뀐 것도 사건이 터지고 난 후 알았다”면서 최씨의 혐의와 완전히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당초 박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끝장 토론회 형식의 기자간담회를 열어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할 계획을 세웠지만, 법률자문단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랬던 박 대통령이 보수 언론인이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만 강변한 것이 이미 떠난 민심을 다시 돌아서게 할지는 미지수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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