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추위서 차기 행장 단독 추천
실적 개선ㆍ민영화 이룬 공 인정
“과점주주는 새 지배구조 시험대
사외이사들과 공동경영 많을 것”
경영 안착ㆍ계파갈등 해소 과제
“상업ㆍ한일 동수 인사원칙 탈피”
작년 말 오랜 염원이던 민영화에 성공, 올해 민간은행으로 새 출발하는 ‘민영 우리은행’의 첫 선장에 이광구 현 행장이 25일 낙점됐다. 지난 2년간 행장으로 재직하며 거둔 호실적과 민영화 성공을 이끈 공을 인정받은 셈이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막 정부의 그늘에서 벗어난 우리은행을 다시 일류은행으로 일으켜 세워야 하는 과제도 적지 않다. 이 내정자는 취임 일성으로 “이른 시간 안에 지주사 전환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리은행은 이날 서울 중구 본점에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이 행장과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 등 최종 후보 3명을 면접한 뒤, 이 행장을 2년 임기의 차기 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임추위는 “이 내정자가 폭 넓은 경험과 역량으로 민영화 이후 우리은행의 방향을 효과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이 내정자는 오는 3월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충남 천안 출신으로 서강대를 졸업하고 1979년 우리은행 전신인 상업은행에 입행한 이 내정자는 직원들 사이에서 ‘K9’(‘광’의 이니셜 K와 ‘구’의 숫자 9)으로 통한다. 기획ㆍ마케팅ㆍ개인영업ㆍ전략ㆍ해외 등 주요 분야를 섭렵하며 ‘전략통’ ‘해결사’ 면모를 보인데다, 필요할 땐 단호한 승부사 기질도 보여 대형세단의 이름을 빗대 만들어진 별명이다.
그의 승부사 기질은 이번 연임의 결정적 배경이 된 민영화 성사 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2014년 말 취임 당시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 논란을 겪었던 그는 “2년 안에 민영화 숙원을 이루겠다”며 스스로 임기를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모험을 걸었다. 이를 위해 해외를 직접 돌며 투자설명회를 열고, 민영화 매력을 높이기 위한 실적개선에도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2014년 9,000억원에 못 미쳤던 영업이익은 2015년 1조3,516억원, 작년에는 3분기 만에 전년 1년치를 훌쩍 넘어서며 민영화의 최대 걸림돌이던 지지부진하던 주가도 끌어올렸다.
또 무사안일에 빠진 조직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성과보상체계와 인사제도를 손질하는 한편, 국내 최초 모바일전문은행인 ‘위비뱅크’ 등으로 핀테크(금융+기술) 개척에도 앞장섰다. 취임 전 73개였던 해외네트워크도 작년말 기준 250개로 확대하는 등 글로벌 영업망도 넓혔다.
하지만 한편으론 ▦우리은행 합병 전 상업ㆍ한일은행 출신 간의 해묵은 계파갈등 치유 ▦금융지주 전환 등 민영화 이후 최적의 조직 구축 ▦과점주주 지배구조 아래에서의 경영체제 안착 등 민선 1기 행장으로서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이 내정자는 이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민영화 후 과점주주 체제를 “새로운 지배구조의 시험대”로 규정했다. 그는 “새 사외이사들이 과점주주를 대표하는 실질적 오너인만큼 이들과 ‘공동 경영’하는 사안이 많아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우선 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과점주주 회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캐피탈 등 작은 자회사부터 우선 편입하고 이후 증권사, 보험사 순으로 (지주체제 전환을 위한) 인수합병을 계획 중”이라는 게 그의 복안이다.
추후 계파갈등 타파를 위한 인사 계획도 내비쳤다. 그는 “당장 연초 임원 인사는 ‘상업과 한일 출신을 동수로 하는’ 그간의 관행대로 하되, 오는 6월까지 능력 중심의 인사 개혁안을 마련해 노조 등 동의를 받는 대로 연말부터는 상업ㆍ한일 비율과 관계 없는 원칙 중심의 인사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이 내정자는 새 임기가 통상 은행장 임기(3년)보다 짧아진 것과 관련, “계약기간은 주주에게 달린 것으로 경영실적에 따라 길어질 수도 있는 만큼,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