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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관훈토론회] 모호한 화법으로 ‘기름장어’ 이미지 부각

입력
2017.01.2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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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창립 60주년을 맞은 언론인들의 연구ㆍ친목단체 관훈클럽이 올해 처음 연 토론회의 초청 대상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었다. 귀국 후 지지율이 답보하고 있긴 하지만 반 전 총장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 중인 유력 대선 주자다. 25일 토론회 자리에선 그의 거취와 정책 등의 윤곽이 대략적으로라도 드러날 걸로 기대됐다. 그러나 외교관 출신답게 이날 언론인들을 만나서도 모호한 화법으로 장어 이미지를 과시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대권 주자여서 초청됐다는 사실이 분명한데도 초청 수용을 출마 선언으로 받아들여도 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으니 해석은 언론인의 몫”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대권 도전 결심 시기를 묻는 다음 질문에 “12월”이라고 답변함으로써 사실상 권력 의지가 있음을 시인했지만 반 전 총장 특유의 화법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귀국 직전 기자회견에서 ‘진보적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면서 정체성이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한 그는 ‘(보수ㆍ진보에) 반반씩 걸치고 있다는 느낌’이라는 질문에도 “실사구시, 실용주의 면에서는 진보와 보수를 이분법으로 가르기 어렵다”며 “대한민국 안보를 튼튼히 한다는 점에서는 확고한 보수주의자이지만, 세계 인민들이 보다 잘 살고 그들이 차별 받지 않고 살도록 해야 한다는 데에는 진보 보수가 차이가 없다”며 “진보적 요소도 있는 보수주의자다. 정체성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전략적으로 답변했다.

친이(친이명박), 친박(친박근혜), 반문(반문재인) 등 어느 세력과 정치적 신념을 공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친반(친반기문)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눙치면서 “언론이 만들어낸 기준으로 보면 국민을 분열시키는 면도 있다. 친이냐 친박이냐로 보좌진들을 구분하는 것은 21세기에 맞지 않고 누구 정권에 있었으니 누구 사람이라 부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반격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마지막 질문에도 그는 “탄핵 절차가 계속되고 있고 특검 수사도 있는 만큼 제가 자연인으로서 말씀 드리는 건 부적절하다.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말했다.

내치(內治)를 외교와 동일시하면서, 부족한 준비를 외교관 경력으로 메우려 한다는 인상도 줬다. 그는 “제가 (대통령이 돼) 대한민국을 책임지고 국제 정상 회의에 가면 다 아는 사람”이라며 “제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면에서는 기대를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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