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태풍‘차바’내습 당시
저류지 붕괴ㆍ하천범람 못 막아
제주시 관리부실 물어‘기관경고’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 내습 당시 발생한 제주시 병문천 제3저류지 붕괴사고와 한천 하류 범람은 결국 ‘인재’로 드러났다. 제방이 설계기준에 맞지 않게 시공이 됐는데도 준공 처리를 한 제주시는 부적정 행정으로 ‘기관경고’를 받게 됐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25일 제주도의회가 조사 청구한 ‘하천 저류지 설계ㆍ시공 및 관리실태’에 따른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5일 태풍 ‘차바’ 내습 당시 폭우를 견디지 못해 석축 일부가 무너져 저류지 기능을 상실한 병문천 제3저류지 붕괴사고의 원인은 부실시공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저류지의 제방 둑마루 폭 10m 상당이 설계기준 4m보다 1m나 부족한 3m로 설계하고 시공이 이뤄졌지만, 제주시는 이 같은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채 준공 처리했다.
또 제방의 축조는 규정에 따라 최대건조밀도의 90% 이상이 되도록 다짐장비를 이용해 다져야 하지만, 실제 시공은 굴삭기 등을 이용해 자연상태로 흙쌓기가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태풍 ‘차바’ 내습 때 제3저류지 제방 10m 가량이 갑자기 쏟아진 빗물에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앞서 제주시는 지난 2007년 태풍 ‘나리’로 도심지 인근 주요 하천들이 범람해 막대한 인명ㆍ재산 피해가 발생하자, 2011년 사업비 62억원을 투입해 저류 용량 9만㎥ 규모의 병문천 제3저류지를 설치했다.
감사위는 부실시공과 관련해 설계ㆍ시공업체 및 기술사에게 부실 벌점을 부과토록 하는 한편 보강공사를 하도록 시정ㆍ통보했다.
또 태풍 ‘차바’ 내습 당시 하천 범람으로 차량 수십대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던 한천 저류지 관리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결과 한천 상류에서 내려오는 자갈, 모래 등을 조절하는 사방댐과 부유물을 차단하기 위해 스크린을 한천 제2저류지 상류지점에 각각 1곳씩 설치했지만, 제주시는 관리소홀로 사방댐과 스크린의 존재 여부를 알지 못한 채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천 제1저류지 등의 퇴적물 미준설, 저류지 비탈면 등에 대한 관리 부적정의 문제도 지적됐다.
태풍 ‘차바’ 내습 당시 한천 범람으로 주변지역 주택 등이 침수되고, 차량 55대가 휩쓸려 파손됐다. 주차장 바닥 2,500㎡도 유실됐다.
감사위는 홍수시 저류지의 기능이 회복될 수 있도록 3개 하천 8곳의 저류지에 퇴적된 토사 등을 조속히 준설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또 제주도지사에게는 제주시에 대해 기관경고 처분을 할 것을 주문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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