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잇따른 공세에 선별적 강온 양면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영토주권 문제에선 거세게 반발하면서도 통상ㆍ무역 갈등에는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가을 시진핑(習近平) 2기 출범을 앞두고 전반적인 안정을 바라면서도 내부 결속을 위한 강경 메시지는 아끼지 않는 것이다.
중국은 25일에도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에 날을 세웠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미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남중국해 문제는 미국이 개입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남중국해 인공섬은 국제적 영토가 아니라 분명한 중국 영토”라며 “중국은 그 섬에 어떤 것도 건설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못박았다.
이는 전날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첫 공식 일일브리핑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과 실효지배력을 부정한 데 대한 반박이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유세 연설이나 트위터 글에 대한 대응을 자제해온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루 대변인은 ‘하나의 중국’ 원칙이 협상 대상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치받았다. 그는 “‘하나의 중국’ 원칙은 말 그대로 중국의 핵심이익을 건드리는 것”이라며 “이는 결코 협상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반면 전 세계 통상질서의 변화와 중국의 역할 확대 가능성에 대해선 신중하고 차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공식화 이후의 상황에 대해 “중국은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상호 윈윈하는 자유무역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만을 반복했다.
민족주의 성향의 관영 환구시보도 향후 국제 무역질서의 주도권을 중국이 쥐게 됐다는 평가에 대해 “중국은 미국을 대체할 만큼 강하지 않으며 세계 무역규칙의 결정권이 중국에 주어졌다는 주장은 환상”이라며 “‘영도자’의 모자를 씌우지 말라”고 요구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여파를 가늠해 대비하는 게 먼저라는 취지다.
중국의 양면적인 대응은 11월로 예상되는 제19차 공산당대회에 대한 고려와 함께 통상 갈등이 아직 현실화하지 않는 점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가급적 트럼프 행정부와 정면충돌하지 않으면서 시 주석의 집권 2기를 안정적으로 준비하되 정치적 상징성이 큰 영토주권 문제에는 비타협적인 모습으로 내부 결속과 체제 안정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물론 통상문제에서도 언제든 보복조치에 나설 수 있는 내부 준비는 현재진행형이란 분석이 많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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