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주총에 연임 추천 의결
126건 구조조정 통한 체질개선
지난해 2조6,000억원 영업이익
5조8,000억원 재무개선 효과 등
첫 임기서 보여준 능력 인정받아
“최순실과 모르는 사이” 해명 불구
정경유착 적폐청산은 과제로
권오준(67) 포스코 회장이 사실상 연임에 성공했다.
포스코는 25일 이사회를 열고 3월 임기가 끝나는 권 회장이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적합하다는 CEO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 결과를 토대로 그를 임기 3년의 회장 후보로 주주총회에 추천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연임은 3월 10일 열리는 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9일부터 총 7차례에 걸쳐 마라톤 회의를 열고 매번 평균 4시간 넘는 열띤 찬반 토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에 따르면 위원회 위원들은 권 회장이 2014년 취임 후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해 포스코의 체질 개선과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 수익성 개선에 큰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포스코는 철강산업의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성장세가 주춤했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 1조원 돌파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명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이날 “사외이사 전원이 포스코의 중장기 성장 발전을 위해 권 회장의 연임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히 위원회는 권 회장의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과 관련해 권 회장의 해명과 대내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각종 의혹이 근거가 없거나 회장직 수행에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의 8번째 수장인 권 회장은 경영인이 아닌 연구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취임 당시부터 관심을 받았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캐나다 윈저대 금속공학 석사, 미국 피츠버그대 금속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1986년 포스코에 연구원으로 입사해 기술연구소 부소장, 기술연구소장, 유럽사무소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원장 등을 거쳐 2014년 3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당시 포스코는 정준양 전 회장의 무리한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부채비율이 84.3%까지 치솟았고, 영업이익률도 5% 이하로 떨어질 정도로 위기 상황이었다. 권 회장은 먼저 경쟁력이 낮은 사업군을 정리하고, 철강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고부가가치강인 월드프리미엄(WP) 제품에 집중해 중국산과의 차별화 전략을 펼쳤다. 2015년 자회사 실적 부진과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화부채 평가손실 등으로 1968년 창사 이후 첫 적자를 기록했지만, 그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구조조정 목표 149건 중 126건을 완료하고 현금 확보 및 차입금 축소 등으로 5조 8,000억원 규모의 재무개선 효과를 거뒀다.
그 결과 포스코의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포스코는 이날 실적발표에서 지난해 별도 기준 2조6,35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5년 만에 두 자리수 영업이익률 회복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부채 비율도 대폭 줄었다. 권 회장 취임 이후 지난 3년간 순차입금을 7조1,000억원 줄여 연결기준 부채 비율을 74.0%로 낮췄다.
권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풀어야 할 난제들도 많다. 위원회는 비철강사업의 개혁방안과 후계자 육성 및 경영자 훈련 프로그램 마련 등을 과제로 꼽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력과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권 회장과 최씨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며 “권 회장이 최씨에게 자회사 3곳의 대표이사직 제공을 약속했다는 것은 권 회장 본인도 모르는 이야기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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