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63ㆍ사진) LG생활건강 부회장의 마술이 또 한번 통했다.
지난 12년 간 LG생활건강을 이끌며 그룹내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하고 있는 차 부회장은 2005년 취임이래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 규모 면에서 매년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16년 연간 매출 규모가 6조9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증가했다고 25일 밝혔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과 당기 순이익도 8,809억원과 5,792억원으로 각각 28.8%, 23.1% 늘었다.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LG생활건강의 연간 실적은 차 부회장이 CEO로 부임한 첫 해인 2005년부터 11년간 연속 최고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업계가 LG생활건강의 실적 성장세를 ‘차석용 매직’ 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차석용 매직의 비결은 공격적 인수합병(M&A)을 통한 수익구조 다변화와 제품의 프리미엄화로 요약된다. 차 부회장은 2007년 코카콜라음료를 시작으로 다이아몬드샘물(2009년)과 더페이스샵(2010년), 해태음료(2011년) 등 다양한 회사를 사들여 ‘화장품ㆍ생활용품ㆍ음료’라는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지난해 화장품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2% 증가했고, 생활용품과 음료 영업이익도 각각 9.1%와 7.1% 늘어났다.
LG생활건강이 추진중인 화장품과 생활용품 제품의 프리미엄화도 실적 개선의 주요 요인이다. ‘후’ 와 ‘숨’ 등 럭셔리 화장품 제품은 국내 면세점뿐 아니라 중국 현지 판매 증가로 매출이 전년대비 40% 늘었다. ‘오가니스트’ 와 ‘온더 바디’ 등 프리미엄 샴푸와 바디 용품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차 부회장은 1985년 미국 P&G에 입사한 뒤 99년 한국P&G 사장, 2001년 해태제과 대표이사를 거쳐 2005년 1월 LG생활건강 사장으로 취임했다. 2011년 12월에는 LG그룹이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 중 처음으로 부회장에 올라 ‘샐러리맨 신화’의 대표주자로도 꼽힌다. 2014년 자신이 보유한 LG생활건강 주식 2만 2,000주를 매각해 회사 주식이 급락하는 사태를 빚어 한때 퇴임설이 돌기도 했으나,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신임을 바탕으로 LG생활건강 사령탑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차 부회장이 이룬 성과를 보면 향후 몇 년간 CEO자리를 더 지킨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며 “오너가 아니면서도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 면에서는 경쟁사인 아모레피시픽 서경배 회장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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