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퓨전사극 열풍 속에 인류애를 담은 30부작 정통사극이 출격한다. 조선시대 폭군에게서 백성의 마음을 훔친 ‘밤의 임금’ 홍길동을 그린 MBC 새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역적’)이 30일 첫 방송된다.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가상의 캐릭터가 아닌 연산군 시대에 실존했던 인물 홍길동을 다룬다.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열린 ‘역적’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진만 PD와 출연 배우들은 “드라마에 현 시국이 담겨 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배우 김상중은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해 늘 진실과 정의를 얘기했는데, 이 드라마에 그런 화두가 담겨 있다”며 “시국과 상응하는 부분이 많아 ‘시청자에게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1998년 배우 김석훈 주연의 SBS 드라마 ‘홍길동’에 출연했던 그는 19년 만에 다시 홍길동 소재의 드라마에 얼굴을 비추게 됐다.
김 PD는 “당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가르치기보다 그 시대를 빗대 현재의 문제를 생각해보게 하는 게 사극의 역할”이라며 “요즘 시국과 많은 부분이 닮아 있어 비교하며 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인공 홍길동 역은 SBS ‘육룡이 나르샤’(2015)와 ‘닥터스’(2016)에 출연했던 배우 윤균상이 맡는다. 호흡이 긴 사극 드라마의 주연을 처음 맡으면서 긴장했지만 포부는 남다르다. 그는 “PD님이 ‘홍길동과 함께 성장하는 인간 윤균상의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해 의지가 됐다”며 “부담감은 크지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로 이전부터 많이 다뤄진 연산군과 장녹수는 ‘역적’에서 새로운 캐릭터로 재해석된다. 장녹수 역을 맡은 배우 이하늬는 기생이지만 예인으로서 춤과 노래에 소신을 가진 여인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그동안 국악과 한국무용을 배웠던 게 이때를 위함이 아닌가 싶다”며 “이전 사극에서 보여주지 않은 새로운 장녹수 캐릭터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연산군을 연기한 배우 김지석은 “광기 어린 모습이 다가 아니라, 왜 연산군이 폭군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배경을 풀어가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색감으로 영상미를 살린 퓨전사극과 달리 소박한 소품으로 사실감을 추구한 화면 구성도 ‘역적’의 감상 포인트다. 김 PD는 “가난해 흰옷만 입었던 천민들을 재현하기 위해 큰 돈을 들여 옷을 따로 제작했다”며 “화려한 볼거리보다 그 시대의 사람들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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